3년 전 어느 외국인 교수의 뉴스 인터뷰 장면이 떠오른다. 교수는 단정한 양복 상의 차림으로 책상에 앉아서 영국 공영방송 앵커와 한반도 정세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인터뷰는 방송국과 교수의 자택 서재에서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는데 생방송 도중 방문이 열리더니 귀여운 꼬마가 몸을 흔들며 등장했다. 앵커와 교수가 애써 태연한 척 말을 이어가는 가운데 보행기를 탄 둘째 아이가 따라 들어왔고 이어 상황을 감지한 부인이 황급히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부인이 아이들을 낚아채듯 방에서 데리고 나가자 교수는 체념한 듯 잠시 눈을 질끈 감았다. 이 작은 소동에 잠시나마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웃을 수 있었다.
당시 교수가 바지를 안 입고 있어서 아이들을 제지하지 못했다는 추측이 있었는데(이후 그 교수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고 밝혔다) 바로 이런 부분이 직장인들이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재택근무의 장점 중 하나다. 편한 복장과 원하는 자세로 일을 해도 되고 긴 출퇴근 시간이 없으니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난다. 혼자 있어 온전히 집중할 수 있고 업무에 따라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
농협은행도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 준수를 위해 콜센터에 워킹맘을 포함해 배려가 필요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우선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이들은 고객 정보가 수반되지 않는 상담을 전담하는데 고객 응대도 잘되고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다.
과거 직장인에게는 꿈만 같았던 재택근무지만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 단점과 한계도 뚜렷해 보인다. 재택근무가 불만족스러웠던 직장인들은 업무 효율 저하를 가장 큰 단점으로 꼽았다. 의사소통에 단절이 생겨나고 협업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지원 업무처럼 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직무나 회사 기밀, 고객 정보를 다루는 경우에는 재택근무를 도입하기 어렵다. 업무 시간에 공과 사를 완전히 구분하기 어렵고 고립감·외로움을 호소하는 직원들도 있다.
이런 부작용들을 극복하고 재택근무를 확대해 나가려면 결국 지금까지 일해 온 방식에 대한 고민과 변화가 필요하다. 화상회의·클라우드 등 협업 툴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팀원 간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 관리자는 명확하게 업무 지시를 하고 일의 ‘양과 시간’이 아닌 오로지 성과로 직원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사무실에 없더라도 책임감 있게 일을 수행하려는 자세와 직원 간 신뢰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
일하기 좋은 직장이란 근무 여건이 좋으면서도 경쟁력을 함께 갖춘 직장일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동참하려는 기업들이 속속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있는 가운데 재택근무 확대가 일과 삶의 균형을 찾고 생산성도 향상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