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미 증시는 추가 경기부양책 합의 임박 소식에 상승했습니다. 전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장기채 매입비중 확대 카드는 꺼내지 않았지만 완전고용 수준에 다다를 때까지 지금의 채권매입 속도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을 다독였습니다.
내년 성장률 전망은 올랐고 인플레이션은 당분간 없다는 점을 재확인하기도 했죠. 올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였던 만큼 내년 초 상황을 점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이날 한국투자공사(KIC) 뉴욕지사가 주관하는 ‘2021년 금융시장 전망’ 온라인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마이크 파일 블랙록 글로벌 최고 투자전략가 내년 투자전략을 발표했는데요. 이에 대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인플레 나타나도 금리 낮다...백신이 경제회복에 가속도"
여기에는 백신이 한몫합니다. 파일 최고투자전략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배포되고 있다”며 “효율적인 백신 공급은 경기회복을 자극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특히 블랙록은 강한 성장세에도 금리는 낮을 것으로 봤는데요. 물론 파일 최고투자전략가도 물가는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폭등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죠.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올라가더라도 연준이 금리 상승을 제어할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앞서 설명 드린 대로 파월 의장은 장기간 채권매입을 지속하겠다고 했는데요. 그는 “미국의 CPI 인플레이션은 2025년까지 2.5~3%대가 될 것”이라며 “분명히 이것은 제어가 안 되는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증시에 유리한 요소라는 게 파일 최고투자전략가의 판단입니다. 재정과 통화정책도 내년에는 지속적으로 지원이 이뤄진다는 것이죠.
추가로 그는 코로나19 침체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다르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2008년에는 가계와 금융시장의 무질서가 있었고 이것이 10년 가까이 지속하면서 저성장을 이끌었지만 올해는 자연재해와 같은 상황으로 침체에서 빨리 벗어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바벨 전략 취해야...기술주,헬스케어+순환주 함께 담아라"
그는 바벨 전략을 취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바벨 전략이란 바벨의 양 끝에 2개의 추를 달아 들어 올리는 역기처럼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동시에 담아야 한다는 뜻인데요. 그는 “경제활동 재개라는 강력한 힘이 전통적인 순환주, 최소한 그들의 일부를 이끌 것”이라며 “기술과 헬스케어 분야는 구조적으로 내년에도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파일 최고투자전략가는 우리나라와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에 대한 투자도 늘릴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요. 그는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을 추천하는 이유로 △경제활동 재개 △예측가능한 외교 △달러약세 등 3가지를 들었습니다.
경제활동 재개의 경우 내년에 글로벌 무역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말인데요. 특히 중국이 코로나19에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빨라지면 원자재를 수출하는 다른 신흥국도 수출이 늘면서 경기가 좋아지게 됩니다.
또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 미중 갈등에서 보다 예측가능한 접근이 이뤄질 수 있다는 말인데요. 강도는 더 세질 수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때처럼 돌발적으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달러의 경우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데다 낮은 금리가 이어지면서 달러약세가 더 강화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입니다.
"日과 EU는 비중 줄여야...美국채도 덜 매력적"
블랙록은 또 미국 국채에 대한 비중축소도 거론했습니다. 명목 이자율은 범위 내에서 유지되겠지만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오르면서 실질 금리가 떨어지기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물가연동국채에 더 관심을 쏟게 된다고 블랙록은 전했습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