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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백신 가성비' 따지다 늑장대처…'국민 불안'만 키웠다

전세계 백신 확보 속도내는데

화이자·모더나 계약 소식 없어

아스트라 계약분도 '임상 3상'

"2~3월 접종" 가능여부 미지수

전문가들 "정부대응 아마추어"

지난 17일(현지 시간) 미국 뉴저지주의 한 의료 시설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AP연합뉴스지난 17일(현지 시간) 미국 뉴저지주의 한 의료 시설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AP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8일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도입 전략과 관련한 두 번째 브리핑을 열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국민들이 기대했던 추가 계약 소식은 없었다. 백신 구매 계약을 완료한 곳은 여전히 아스트라제네카 한 곳뿐이고 전 세계적으로 접종이 진행 중인 화이자·모더나와는 계약서에 도장도 찍지 못했다는 사실만 다시 확인했다. 주변 국가들에 비해 백신 확보가 지나치게 늦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가성비’를 염두에 둔 해명까지 하며 국민들의 불안을 더욱 키웠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더 다양한 기업들과 접촉해 확보 가능한 백신의 종류와 물량을 늘리고, 주요 백신 개발사들과는 계약을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18일 코로나19 백신 관련 브리핑에서 “코백스로부터 1,000만 명분의 백신을 공급받기로 했고, 개별 기업들로부터 3,400만 명분의 백신을 받기로 했다”며 “얀센·화이자와는 12월, 모더나와는 내년 1월을 계약 체결을 목표로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1915A02 한국 코로나19 백신 확보 현황 수정1


계약금을 내고 백신을 확보한 곳은 아스트라제네카 한 곳뿐이며 나머지 3곳과는 12월, 내년 1월에 계약을 체결하고 싶다는 ‘희망 사항’을 밝힌 것뿐이다.


정부는 글로벌 제약사들과 공급 확인서를 받았다며 “확실히 백신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공급 확인서를 체결한 기업이 갑작스레 계약 체결을 거부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정부가 화이자·모더나 물량을 확보했다고 호언장담하는 동안 다른 국가들이 먼저 돈을 내고 계약을 맺으면 한국은 재원을 조달하고도 물량이 없어 백신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현재 세계적으로 실제 접종을 진행 중인 제약사는 화이자와 모더나 두 곳뿐인 만큼 만약 이들과의 계약이 어그러지면 전체적인 백신 접종 일정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한 백신 전문가는 “백신 물량을 지급 받기로 약속만 했을 뿐 대기자 명단에 이름도 올리지 못한 셈”이라며 “전 세계가 발 벗고 나서 백신을 입도선매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은 아마추어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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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태도는 안일하기만 하다. 정부는 백신 확보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구매해야 하는 불확실성이 높은데도 구매 협상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얀센 등의 백신에 심각한 부작용이 있어 임상 시험이 중단되는 사태가 있었던 만큼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협상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8일 “우리나라의 백신 성공이 가시권에 있는 상태에서 굳이 인구 2배 내지 5배 규모로 선구매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은 개발 과정에서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에서도 언제든지 실패할 수 있는 데다 코로나19 백신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개발과 승인이 이뤄지고 있다”며 “수많은 기업으로부터 다양한 종류의 백신을 넉넉하게 확보해도 임상 결과에 따라 전부 접종하지 못하고 폐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코로나19가 조기 종료돼 백신이 남을 것을 걱정하고 있지만 현재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정부의 백신 도입 전략 실패로 한국의 코로나19 집단면역이 주변 국가에 비해 현저히 늦어질 것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계는 이미 수차례 백신 확보를 건의했고 3단계 조기 격상도 요구했지만 통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과학자들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은 결과 우리는 내년 하반기까지 코로나19와 싸워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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