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배터리 사업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인도네시아 현지에 수조 원대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추진한다. 원재료 채굴부터 배터리 셀 생산까지 사실상 배터리 생산 전(全) 과정에 걸친 포괄적 투자로 알려졌다. 급성장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흐름에 맞춰 원재료 조달은 물론 최종 배터리 생산까지 한 곳에서 가능한 핵심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차원이다.
18일 관계 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 투자부는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배터리 산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 체결식에는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과 바흐릴 라하달리아 인도네시아 투자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MOU 체결식에서 양측은 향후 5년간 총 10조 원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하기로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 가운데 약 2조 원을 투자할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의 한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업 추진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리튬 이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 생산에 필수적인 니켈의 대표적 생산지다. 전 세계 니켈의 27%가량이 인도네시아에 매장돼 있다. 이 때문에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소재 업체들이 인도네시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국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CATL도 현지에서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5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CATL은 현지 생산한 배터리를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에 공급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원재료 채굴(LG상사), 양극재 생산(포스코) 등을 함께 추진할 국내 업체들과의 동반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공정별로 현지 업체들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형태일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와도 현지에 JV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만약 예정대로 사업이 추진된다면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원재료 확보부터 전기차 완성차까지 현지에서 일괄 생산하는 밸류체인이 구축되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미국과 중국에 이미 배터리 생산 합작사를 설립해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제너럴모터스(GM), 중국은 지리자동차가 합작 파트너다. 미국 미시간주와 중국 난징(南京),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독자 배터리 생산 라인을 두고 있다. 향후 인도네시아에 배터리 셀 생산 라인까지 두게 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사실상 글로벌 주요 지역 모두에서 생산 거점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배터리 주문이 밀려드는 상황에서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소재 확보가 중요해졌다”면서 “자국을 배터리 산업 메카로 육성하려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소재 공급 안정화를 원하는 LG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