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대외무역 급감과 대북 제재로 초유의 경제난을 겪는 상황에서 “금강산관광지구를 우리식으로 건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내부 경제 상황을 유엔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자체 관광 사업을 통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한국 공무원 서해상 피격 사건 등으로 남북 관계가 최악의 국면을 맞은 가운데 ‘금강산 개발’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교류의 물꼬를 다시 트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덕훈 북한 내각총리는 20일 금강산관광지구 개발 산업 현장을 시찰했다. 통신은 이날 김 내각총리가 고성항 해안관광지구, 해금강 해안공원지구, 체육문화지구 등을 돌아봤다는 소식을 전하며 “명승지들을 개발해 인민들의 문화 정서적 요구를 최상의 수준에서 충족시킬 데 대한 당의 구상을 금강산관광지구총개발계획에 정확히 반영하고 집행하는 데서 나서는 실무적 문제들을 토의했다”고 밝혔다.
김 내각총리는 “관광지구를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면서도 민족적 특성과 현대성이 결합된 우리 식으로 건설함으로써 민족의 명산 금강산이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명산, 온 세상이 부러워하는 문화 휴양지로 되게 할 것”을 강조했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이에 대해 “북한이 유엔 제재와 수해·코로나19라는 삼중고를 겪는 상황에서 그나마 해결책은 제재를 피할 수 있는 관광”이라며 “북한이 8차 당 대회를 앞두고 관광을 띄우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북한은 지난 1월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 이후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10일 발간한 ‘10월 북중 무역 통계 분석’에 따르면 올해 1∼10월 누계 북중 무역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7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북한이 금강산 관광 개발 사업을 본격화하며 우리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며 “지금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어 당장 접촉을 제안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내년 초 적절한 시점에 금강산 시설 철거 이슈가 남북 간 접촉의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통일부는 “남과 북이 금강산 지역 현안 문제를 해결하고 국제적인 관광지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성에 대해 서로 공감하고 있는 만큼, 코로나 상황 등을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만나 협의해 나갈 수 있게 되리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