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거리 두기 3단계 격상 대신 연말연시 ‘모임 금지’라는 한층 강력한 대책을 내놓았다. 인파가 몰리는 대부분의 장소에서 인원을 제한하고 특정 장소는 아예 운영을 중단하는 것. 다만 식당 영업과 대형 마트, 백화점의 운영은 허용하는 등 일부 지침은 여전히 ‘핀셋 방역’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확진자 증가세가 다소 꺾인 만큼 이번 주 추이를 지켜본 후 주말께 거리 두기 3단계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정부가 발표한 ‘연말 특별 방역 강화 대책’은 ‘연말연시 모임 금지’로 요약된다. 24일 0시부터 내년 1월 3일 밤 12시까지 전국 식당에서는 5인 이상의 사적 모임이 금지된다. 이에 따라 식당 이용자들의 경우 5인 이상 예약할 수 없고 5인 이상이 동반 입장할 수도 없다. 테이블 간 띄어 앉기를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8명이 4인씩 두 팀으로 나눠 입장하는 ‘변칙 모임’도 불가능하다. 이 같은 지침을 위반할 경우 업장 운영자는 300만 원 이하, 이용자는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단 가족 등 주민등록상 같은 장소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대상에서 제외된다.
스키장·눈썰매장·스케이트장 등 겨울 스포츠 시설과 정동진 등 해돋이 명소 등은 전국적으로 ‘집합 금지’된다. 겨울 스포츠는 행위의 특성만 고려하면 감염 위험도가 높지는 않지만 수많은 사람이 한 번에 밀집하기 때문에 감염 우려가 크다는 게 방역 당국의 판단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많은 사람이 한 시설에 모여 식사를 하고 함께 숙박을 하면서 주변의 여러 장소에서 이합집산을 반복하면 유행의 위험도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스키장뿐 아니라 해맞이를 위해 연말 관광객이 밀집하는 주요 관광 명소를 비롯해 국공립 명소 등도 폐쇄하고 방문객의 접근을 제한한다. 여기에는 강릉 정동진, 울산 간절곶, 포항 호미곶, 서울 남산공원 등이 포함된다. 정동진처럼 개방된 장소는 시설 폐쇄가 어려운 만큼 출입 금지 안내판을 설치할 계획이다.
리조트, 호텔, 게스트하우스, 농어촌 민박 등 숙박 시설의 객실 예약을 50% 이내로 제한하도록 했다. 객실 내 정원을 초과하는 인원은 숙박할 수 없고 숙박 시설 내에서 개인이 주최하는 파티는 금지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한다. 이미 예약이 50% 이상 완료됐거나 객실 정원을 초과하는 예약이 발생한 경우에는 이용객들에게 예약 취소 절차 및 환불 규정 등을 안내하고 50% 이내로 예약을 조정해야 한다.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별 조치에 따른 위약금 면책 등의 조치를 통해 업장 운영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등 후속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백화점, 대형 마트는 운영을 유지하되 방역 수칙을 강화한다. 매장 내에서 마스크를 벗는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식품관에서 주로 이뤄지는 시식·시음, 견본품 사용은 금지되고 많은 사람이 밀집할 수 있는 집객 행사도 중단된다. 또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이용객들이 머무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휴게실·의자 등 휴식 공간의 이용도 금지한다.
이 같은 정부의 정책은 연말연시 인파가 몰리는 스키장, 관광 명소 등 특정 장소를 겨냥한 강력한 ‘핀셋 방역’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완화할 수 없고 전국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점도 이전과 다르다. 하지만 식당 등에서 5인 이상은 예약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에 대해 ‘4인과 5인의 차이점이 무엇이냐’는 비난도 나온다. 비말 감염이 이뤄질 수 있는 식당과 백화점·마트 등의 영업을 허용하는 방식으로는 확실한 방역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이번 특별 방역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여전히 거리 두기 3단계 격상을 요구하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5인 이상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모임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여전히 다중 이용 시설은 열려 있기 때문에 3단계 수준의 방역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의료 체계가 흔들리는 만큼 단기라도 확실한 봉쇄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신규 확진자가 이틀 연속 1,000명 아래로 내려온 만큼 이번 주 추이를 지켜본 후 오는 주말께 거리 두기 3단계 격상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손 전략기획반장은 “3단계 거리 두기 상향에 대해서는 현재 계속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하면서 관찰하고 있는 중”이라며 “실행 준비는 각 부처와 지자체별로 하나하나 다듬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