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中企 현장선 일손 달리는데…외국인 인력 쿼터 줄인 정부

코로나 따른 신청 감소 이유로

내년 인력 쿼터 4,000명 감축

수급 문제 해결 청사진은 없어

기업들 "우선 순위 잘못됐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중소기업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경기도에 위치한 한 중소기업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3일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어 내년 외국인 인력 쿼터를 5만 2,000명으로 4,000명 줄였다. 이번 감축은 지난 2017년 5만 6,000명으로 조정한 후 5년 만이다. 정부는 내년 경기 전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인력 신청 감소 등을 고려해 쿼터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산업 현장 분위기는 싸늘하다. “올해 외국인 인력 신청 규모의 고작 10%인 2,300여 명밖에 입국이 안 돼 인력 충원이 시급한 상황에서 쿼터 감축이 뭐가 그리 급하냐”는 냉소가 적지 않다. 한 제관 업체 임원은 “올 상반기에 15명의 인력을 신청했는데 여태껏 단 1명도 못 받았다”며 “사람이 없어서 일감을 포기하는 사태가 빚어질 판인데 이런 문제는 뒷전인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그는 “외국인 인력이 빨리 들어올 수 있도록 외교적인 노력을 비롯해 입국 이후 외국인 자가 격리 시설 확보에는 등한한 채 탁상공론에 가까운 숫자 놀음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 “올해 신청 줄어 내년 쿼터 감축”

외국인 인력 쿼터 감축의 가장 큰 이유는 내년 인력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당장 올해만 해도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기업의 외국인 인력 신청이 2만 1,600여 명에 그쳤다. 예년 신청 규모는 제조업 분야에서 신규 외국인 노동자 쿼터로 설정된 3만 130명에 육박하는 3만 명 수준이었다. 30%가 줄어든 것이다. 더구나 내년 상반기도 코로나19 영향권에 있다. 정부는 이런 이유로 제조업 쿼터를 기존 4만 700명에서 3,000명 축소한 3만 7,700명으로 잡는 등 총 4,000명을 줄였다.


다만 정부는 올해 신청 감소가 코로나19라는 비상 상황에서 발생한 만큼 내년 상반기에 외국인력정책위를 열어 수급을 재점검하기로 했다. 만약 외국인 인력 수요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늘어난다면 쿼터를 다시 늘려 탄력적으로 운용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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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펑크 났는데 ‘쿼터 감축’ 한가한 소리” 비판 거세

기업들은 답답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심각한 외국인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할 청사진은 보이지 않아 일의 우선순위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인력은 신청 규모의 10.8%에 그친 2,354명에 불과하다. 외국인 인력이 필요한 기업 10개 중 9개사는 사람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인력을 보내는 캄보디아·베트남·네팔·인도네시아·필리핀 등 5개국 중 현재 국내로 입국이 가능한 나라는 캄보디아가 유일하다. 그것도 올 11월에야 입국이 재개됐다. 나머지 4개국은 3월 이후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 외교적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실제 베트남·태국은 우리나라 방역 문제를 이유로 인력 파견을 주저하고 있다. 대구 성서공단의 한 플라스틱 업체 최고경영자(CEO)는 “공장 가동률을 걱정하는 기업으로서는 외국인 인력을 들어오게끔 하는 실질적 해법이 절실하다”며 “정부가 적극 나서서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도 이번 대책에서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최대 5년 이내로 제한된 외국 인력의 취업 활동 기간을 예외적으로 연장하는 방안 등을 내놓았다. 하지만 기업들은 성에 차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인력 전용 자가 격리 시설의 경우 중소기업중앙회의 안성연수원 등 고작 3개 정도인데 지방자치단체가 여론과 방역을 이유로 시설 마련에 미온적인 만큼 중앙정부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는 “내년 경기가 빨리 회복될 경우 부족한 외국인 노동자 문제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훈·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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