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법안 심사에 돌입하면서 임시국회 내 처리 입장을 고수했다. 재계는 이에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경영 책임자 개인을 법규 의무 준수 및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과도한 법”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중대재해법 논의에 들어갔다. 다음 주 1∼2차례 소위를 추가로 열어 외부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안을 만들어 내년 1월 8일 종료되는 임시국회 내에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중대재해법은 현재 민주당 소속인 박주민·이탄희·박범계 의원 안을 비롯해 전체 5개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그러나 중대재해법 처리 의사를 내비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법안소위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소위에 불참한 국민의힘을 향해 “말로만 중대재해법을 제정하겠다고 하지 말고 소위에 들어와서 논의에 임해달라”고 압박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민주당이 먼저 단일안을 만들어오면 언제든 협의에 응할 수 있다”며 “내부 의견조차 정리하지 못한 채 체계에도 맞지 않는 법안을 심사하자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계는 이 같은 국회 움직임에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중대재해법’에 대한 경영계 공식 입장을 국회 법사위에 제출했다. 경총은 입장문에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경영 책임자 개인을 법규 의무 준수 및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과도한 법”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경영책임자 처벌은 산업안전보건법상 구체적 의무 위반자로 확인된 경우에만 처벌 대상이 된다”고 반대했다. 일례로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의 경우 기업의 안전 조직 문화가 매우 미흡할 때 법인을 처벌하도록 규정할 뿐 경영층에 속하는 개인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경영 책임자와 원청의 관리 범위를 벗어난 사고에 대해 무조건 처벌을 받게 하는 것은 형법상 책임 주의 원칙을 명백히 위배하는 것”이라며 “그 자리와 위치에 있는 것만으로 무거운 처벌을 피할 수 없다면 그야말로 운이나 팔자에 맡겨지는 운명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중대재해법이 경영 책임자와 원청이 지켜야 할 예방 기준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도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준법 의지가 있는 경영인이라도 실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고, 대부분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중소기업만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는 등 부작용만 속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총은 중대재해법안이 위헌 소지가 크다고도 강조했다. 특별법 성격상 처벌 대상과 구성 요건을 매우 엄격히 규정해야 하지만 산안법과 처벌 요건이 동일하고, 그럼에도 처벌 대상과 형량을 가중한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박진용·박한신기자 yong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