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尹 쫓아내려다…명분·실리 모두 잃은 '黨·靑의 자충수'

[윤석열 직무 복귀]

법원 '尹 판단 옳았다' 힘 실어줘

'권한 분산·과잉 수사' 명분 퇴색

"찍어내기" 국민 비판도 불가피

2535A04 문재인 정부 검찰 개혁 추진 일지



서울행정법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검찰 개혁’의 명분과 정치적 실리 모두를 잃는 처지가 됐다. ‘검찰의 과도한 권한 분산’이라는 검찰 개혁의 명분은 권력형 비리 수사에 매진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 내기’라는 지적에 상당 부분 퇴색됐다. 또 핵심 지지층 결집을 통한 지지율 제고라는 실리도 중도층과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의 이반으로 챙길 수 없게 됐다. 결국 174석의 힘에 기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무리한 자충수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상실하는 것은 물론 검찰 구성원과 국민 대다수의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정치 평론가들은 이날 법원의 인용 결정에 대해 검찰 개혁은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한 것이라는 당청의 입장과 윤 총장 몰아내기에 불과하다는 야당의 입장 가운데 야당 쪽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해석을 쏟아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윤 총장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 수사 등을 진두지휘해왔는데 정 교수가 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며 “여권에서는 검찰 개혁의 명분 가운데 하나로 검찰의 과잉 수사 제어를 들었는데 법원의 인용 결정에 따라 결과적으로 윤 총장의 수사가 옳았다는 게 법리적으로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도 “인용은 결국 여권이 주장하는 검찰 개혁의 정당성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뒷받침한다”며 “검찰을 향한 공격의 명분이 희미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애초 검찰의 과도한 권한 분산을 검찰 개혁의 명분으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전 후보 시절부터 검찰 개혁을 핵심 공약 중 하나로 꼽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4월 23일 후보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하는 19대 대선 후보 방송 토론회에 참석해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분리하고 공수처 설치로 검찰을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분산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수사·기소권 분리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든 것이다. 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검찰 개혁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뉘어 속도를 냈다. 한 축은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전 법무부 장관)이 주도하는 직접 수사 축소를 비롯한 검경 수사권 조정, 또 다른 한 축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공수처 설치였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검찰 개혁 명분이 정치 수사 및 검찰권 남용 제어, 통치 행위에 대한 도전 차단 등으로 굴절되기 시작한 것은 문 대통령이 2019년 7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면서부터다. 당시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엄정히 수사할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윤 총장이 이끄는 검찰 수사의 칼끝이 정권 관계자들로 향할 때마다 과잉 수사라는 비판을 이어왔다. 검찰이 지난달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등을 압수 수색하자 비판 수위는 최고조에 달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정치 수사이자 검찰권 남용”이라며 “에너지 전환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중요 정책이다. 이에 대한 사법적 수사는 검찰이 이제 정부 정책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마치 지난해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논의가 진행되던 무렵 장관 후보 일가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 수색을 벌였던 때를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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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설치 과정에서 내세웠던 일종의 명분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은 지난해 공수처법 제정 시 공수처장 임명 과정에서 야당의 비토권을 보장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최근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검찰의 과도한 권한 분산과 동시에 살아 있는 권력 감시를 명분으로 설치하는 공수처가 반드시 견지해야 할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어렵게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분산시키려다 또 다른 정치적 중립조차 보장하기 쉽지 않은 무소불위의 권력 기관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법원의 인용 결정으로 여당과 문재인 정부가 잃게 된 것은 검찰 개혁의 명분뿐이 아니다. 실리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 개혁이라는 것이 일반인과 학계에서 생각하는 것과 정의부터 다르다”며 “현 정부는 오늘 나온 행정법원의 판결로 자신들만의 검찰 개혁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 평론가도 “무리하게 추진한 윤 총장에 대한 징계로 현 정부는 검찰 개혁의 명분도 잃고 아무 소득도 없이 상처만 안게 됐다”고 진단했다.

실제 최근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진 데는 중도층과 무당층의 지지세 하락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리얼미터가 21~23일 전국 유권자 1,5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무당층은 14%, 중도층은 36.6%가 문 대통령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부정 평가한 이는 각각 75.7%, 61.5%에 달했다. 전체에서 긍정 평가는 37.4%, 부정 평가는 59.1%였다. 이번 조사는 3만1,866명에게 통화를 시도해 최종 1,505명이 응답을 완료해 응답률은 4.7%다.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방식,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활용한 임의 전화 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통계보정은 2020년 10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연령대·권역별 림가중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임지훈·김혜린기자 jhlim@sedaily.com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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