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교황이 집례하는 성탄 전야 미사도 대폭 축소된 채 열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이하 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성탄 전야 미사를 집례했다.
올해 미사는 예년보다 2시간 이른 오후 7시 30분께부터 약 1시간 가량 조촐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거행됐다.
일반 신자와 외교사절단, 성직자 등 약 1만명이 성당에 운집했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참석자 수가 100명 안팎에 불과했다. 교황청이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고려해 미사 참석자 수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이 성탄 연휴 기간의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고자 이날부터 한시적으로 두 번째 전국적인 고강도 봉쇄 조처를 내렸으나 예배는 예외적으로 허용해 소수의 일반 신자나마 참석할 수 있었다.
크게 줄어든 참석자 규모를 반영하듯 미사는 이탈리아 천재 조각가 잔 로렌초 베르니니의 발다키노가 있는 중앙 제대가 아닌 성당 뒤쪽 한쪽에서 진행됐다.
교황은 강론에서 “가난하고 버림받은 모든 이가 신의 자손이라는 점을 드러내고자 예수도 그렇게 세상에 나오셨다”면서 코로나19 사태 속에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을 강조했다.
교황은 또 “주님은 항상 우리가 가진 것보다 더 큰 사랑으로 우리를 아껴주신다. 그것이 주님이 우리 마음속에 들어오게 된 비결”이라며 인류가 신의 은총 속에 현재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나갈 수 있기를 기원했다. 아울러 성탄절을 맞아 끊임없는 소유욕과 찰나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대신 주변 형제·자매에게 닥친 부당함을 숙고하는 시간을 갖길 소망했다.
교황은 25일 정오에 특별 강복 메시지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로마와 온 세계에’라는 뜻의 라틴어)를 발표한다.
다만 예년처럼 성베드로대성당 2층 중앙에 있는 ‘강복의 발코니’가 아닌 대성당 내부에서 메시지를 낭독할 예정이다. 교황의 강복 메시지는 온라인으로 생중계된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