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뒷북비즈]경제계 "법체계 기본도 안 지킨 중대재해법…운 나쁘면 감옥 가라는 것"

경총, 중대재해법 입장 국회 법사위 제출

"사고 시 경영자 개인 처벌하는 세계 유례없는 법안"

"실제 대다수 사고 발생하는 中企 감당 못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왼쪽 네 번째) 등 경제단체장들이 지난 22이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대재해법’ 제정에 대한 경영계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왼쪽 네 번째) 등 경제단체장들이 지난 22이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대재해법’ 제정에 대한 경영계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경영자가 지켜야 할 예방 기준이 명확히 규정도 돼 있지 않은데, 사고 나면 무조건 경영자 개인을 처벌한다니요. 이건 그야말로 운이나 팔자에 따라 감옥에 가라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여당 주도로 추진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에 대한 경영계 의견을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했다. 경총은 이 법안들에 대해 “헌법과 법체계 위반투성이에, 법률의 기본 체계조차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 법안들은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안전 보건 의무’를 지닌 사업자와 경영 책임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억원 이상의 벌금(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에 처하도록 하는 등 경영자 개인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경총은 이 법안들에 대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경영 책임자 개인을 법규 의무 준수 및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과도한 법”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경영책임자 처벌은 산업안전보건법상(산안법) 구체적 의무위반자로 확인된 경우에만 처벌 대상이 된다”고 꼬집었다. 일례로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의 경우도 기업의 안전조직문화가 매우 미흡할 때 법인에 대한 처벌만 규율하며, 경영층 개인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경총은 “경영책임자와 원청의 관리범위를 벗어난 사고에 대해 무조건 처벌을 받게 하는 것은 형법상 책임 주의 원칙을 명백히 위배하는 것”이라며 “그 자리와 위치에 있는 것만으로 무거운 처벌을 피할 수 없다면 그야말로 운이나 팔자에 맡겨지는 운명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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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에 따르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경영책임자와 원청이 지켜야 할 예방 기준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도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아무리 준법 의지가 있는 경영인이라도 실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고, 대부분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중소기업만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는 등 부작용만 속출할 것”이라는 게 경총 주장이다.

이들 법안은 경영책임자와 원청의 의무를 ‘유해·위험 방지 의무’ ‘안전보건을 위한 관리 등의 의무’ 등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경총은 “모호하고 포괄적인 의무를 경영책임자에게 부여하고 징역이 부과되면 모든 기업들이 소송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어 소송 폭증에 따른 사회적 혼란만 가중된다”며 “헌법의 형벌법규가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에 명백히 반한다”고 꼬집었다.

경총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이 위헌 소지가 크다고도 지적했다. 특별법 성격상 처벌 대상과 구성요건을 매우 엄격히 규정해야 하지만 산안법과 처벌요건이 동일하고, 그럼에도 처벌 대상과 형량을 가중한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 된다는 주장이다. 경총은 과거 유사한 사례였던 2015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어 경총은 “두 법률 간 중복적용에 따른 혼란이 불가피한데다 재해예방을 위한 효과도 저하된다”고 설명했다.


박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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