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반도체 조사기관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말 2.7달러 수준이었던 D램(PC용 DDDR4 8Gb 기준) 현물가격은 지난 25일 기준 3.45달러로 27.7%가량 급등했다. D램 현물가격이 3달러대를 기록한 것은 올 5월 이후 6개월 만이다. 내년 D램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이달 초 미국 마이크론의 대만 공장 정전 사고가 겹쳐 현물가가 가파르게 올랐다. D램익스체인지는 내년 초 고정 거래 가격도 최고 10%의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들은 오는 2022년까지 반도체 시장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는 것도 한몫한다. 최근 구글·마이크로소프트·페이스북 등 미국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에 IBM·오라클·중국 JD닷컴 등이 가세한 모양새다. 데이터센터에는 대부분 D램 등 메모리 반도체가 쓰인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는 올해 622억 1,200만 달러(약 68조 6,500억 원)인 D램 반도체 시장의 규모가 내년 794억 5,500만 달러를 기록하고 2022년에는 1,004억 9,200만 달러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D램 시장은 미중 무역 갈등으로 지난해 37% 크게 줄었지만 올해는 비대면 수요가 늘면서 5%가량 되레 증가했다. 내년 D램 시장 규모는 금액 기준으로 올해보다 14.4% 늘어난 683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D램뿐 아니라 낸드플래시도 호황이 예상되는데 내년 시장 규모는 561억 달러로 올해보다 2%가량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과 대만의 TSMC가 양강 구도를 형성한 파운드리 시장도 내년 인공지능(AI), 자율 주행, 5세대(5G) 이동통신 확대로 성장이 예고된다. 미세 공정 특성상 몇 년간 이들의 독과점 구조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고객사들의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TSMC와 삼성전자(005930) 파운드리 매출은 최근 매 분기 두 자릿수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성장성이 큰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반도체 부분에서 사상 처음으로 20조 원대 매출을 기대하고 있을 정도다.
슈퍼사이클의 전조를 감지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이미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통해 반도체 호황에 대응할 진용을 짰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인사에서 메모리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에 각각 이정배 사장과 최시영 사장을 승진 발령하고 이와 보조를 맞춰 마케팅을 총괄하는 전략마케팅실장을 모두 바꿨다. SK하이닉스도 올 10월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에서 큰 역할을 했던 박정호 부회장이 새로 오는 등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매출과 이익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 업계는 삼성전자의 내년도 매출액은 260조 1,408억 원, 영업이익은 46조 4,393억 원으로 올해보다 각각 9.2%, 25.6%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매출은 36조1,303억 원, 영업이익은 8조 5,274억 원으로 올해 대비 각각 15%, 73%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황 속에서 고객사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해 출시 일정도 앞당긴다.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 말 예정이었던 차세대 D램 ‘DDR5’의 출시를 앞당기고 ‘더블스택’ 기술이 적용될 차세대 V낸드 생산과 출시 전략도 재점검한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이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으나 수익성 측면에서는 2018년과 같은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18년에는 공급이 수요를 훨씬 하회해 D램 가격이 높아 수익성이 높았던 것”이라며 “올해 삼성을 중심으로 반도체 설비 투자가 이뤄져 내년에 수요에 비해 공급이 한참 달리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D램 고정 거래 가격이 8달러대까지 갔었던 2018년만큼 급등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