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단체와 돌봄 노조 간 돌봄교실 갈등을 피할 절충점으로 기대를 모은 지방자치단체 협업 돌봄교실에서 허점들이 다수 나타났다. 정부는 일부 지자체가 운영해 오던 모델을 참고해 내년부터 1,500실의 지자체 협업 돌봄교실을 구축하기로 했지만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돌봄 논란을 막으려면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교육당국, 교원단체, 돌봄노조 간 이견으로 입법 작업은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27일 교육부 정책연구 용역 보고서인 ‘지자체-학교 간 협업을 통한 돌봄 모델 발굴 및 확산’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지자체와 학교 간 돌봄협업 모델을 조사했다. 정부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1,500실 구축할 예정인 지자체 협업 돌봄교실의 ‘롤 모델’을 발굴한다는 취지다.
보고서에는 지자체가 직영·위탁으로 운영하는 학교 돌봄 사례들이 소개됐는데 여러 가지 한계점들이 나타났다. 수원시가 경기도교육청 도움을 받아 서호초에서 운영한 지역 아동센터에서는 돌봄 전담사 반발, 저소득층 낙인효과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2018년 말 이 사업이 시행되면서 기존 돌봄 전담사들은 타 학교 전보 배치에 불만을 나타냈고 학부모 사이에서는 기존 돌봄 교실과 달리 지역 아동센터가 저소득층 자녀를 수용하기 때문에 학생 간 위화감이 조성된다는 우려가 나왔다. 보고서는 “시청은 학교 비정규직 노조의 격렬한 반대로 부담을 느끼고 학교는 돌봄 교실과 지역 아동센터가 함께 운영될 때 급·간식 문제, 학생 낙인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충남 서천군 한산초 온종일 돌봄센터 사업에서는 협소한 공간 등이 문제로 꼽혔다.
전국 최초 지자체 직영 학교 돌봄을 운영하면서 모범 사례로 떠오른 서울시 중구에서조차 예산 갈등이 있었다. 학교 안 돌봄 예산을 관할 교육청이 아닌 지자체가 부담하는 것을 두고 구청과 의회 간 의견 충돌이 벌어진 것이다. 중구의 학교 안 돌봄교실 예산은 2019년 기준 20억 3,400만 원으로 2022년에는 74억 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보고서는 “학교 안 돌봄 예산이 중구 의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예산을 책임지는 것이 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교육청은 현재 (지자체 돌봄) 예산을 중단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러한 예산 갈등은 내년부터 전국적으로 잇따를 가능성이 높다. 지자체 운영 학교 돌봄교실 사업의 국고보조금이 30억원에 불과해 교육청과 지자체가 예산 대부분을 떠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청이 교실 설치비 전액을 부담하고 운영비는 정부 지원(25%)을 제외한 75%를 기초지자체(50%)와 교육청(25%)이 분담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교육청과 지자체가 내년 예산을 삭감한 만큼 예산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참조기사▶[단독] 협업 하자더니 '네탓'공방? '돌봄 예산' 무슨일이]
정부가 협업 돌봄을 추진하는 이유는 이 모델이 학교와 돌봄노조 간 갈등을 완화해 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교원단체가 교육기관인 학교에서 보육 영역인 돌봄을 지자체로 이관하라고 주장하고 돌봄노조는 지자체 이관이 민영화 시도라며 반발하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학교 안으로 들어와 돌봄을 맡으면 양측 충돌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는 원격수업 장기화로 돌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갈등이 특히 심했다.
하지만 협업 돌봄 역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는 만큼 돌봄 갈등을 풀려면 근본적으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 소관인 다 함께 돌봄 사업(아동복지법)이나 여성가족부 소관인 아이 돌보미 서비스(아이돌봄지원법)와 달리 돌봄교실은 법적 근거도 없이 20년간 교육부 책임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이 지자체의 초등 돌봄 책임을 명시한 온종일 돌봄 법안을 발의했지만 최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이 돌봄 노조 파업을 막으려 입법에 유보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동력이 약해졌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파업에 떠밀려 돌봄의 지자체 이관을 팽개치는 것은 교육 정상화를 포기한 것”이라고 규탄했고 돌봄 노조는 “온종일 돌봄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