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접종에 들어간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과 곧 접종에 들어갈 옥스퍼드대학-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국민 70∼80%가 집단면역을 확보, 코로나19 대유행이 종식되려면 내년 여름은 돼야 한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항체치료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투할 때 사다리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S) 단백질에 달라붙어 감염을 억제한다. 충분한 예방 효과를 얻기까지 면역체계 훈련 시간 등 1개월이 걸리는 백신과 달리 즉각적인 면역력을 제공하는 항체치료제가 의약품 규제당국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아 내년 3~4월께 사용되면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보건·경제 충격 완화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백신은 코로나19의 대유행을 잠재울 ‘구원투수’로 통하지만 사각지대가 넓다. 미국·영국 등에서 접종 중인 백신은 3주 간격으로 1차·2차 접종을 한 뒤 1주일가량 지나야 충분한 예방 효과가 나타난다. 화이자 백신은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S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정보가 RNA 형태로 들어있다. 백신을 접종하면 이 유전정보가 인체 세포에 유입되고 여러 과정을 거쳐 S단백질이 만들어진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T세포)들이 S단백질과 반응하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적으로 인지, 감염된 세포를 청소하는 면역력을 갖기까지 1개월이 걸린다.
그래서 백신을 접종하기 전에 감염됐거나 1차·2차 접종 중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면 빨리 항체치료제를 투여하는 게 낫다. 확진자로부터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가족·동료, 요양병원을 포함한 병원 입원자, 요양원 입소자도 면역체계 훈련에 시간이 필요한 백신보다 항체치료제로 즉각적인 면역력을 제공하는 게 예방·치료에 도움이 된다. 암·에이즈(HIV) 등으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져 있거나 면역체계 손상으로 백신 접종에 반응하지 않는 사람, 다른 사회·가족 구성원에게 코로나19를 감염시킬 위험이 높지만 백신 우선접종 대상이 아닌 10~20대도 마찬가지다.
항체치료제를 개발 중인 영국계 제약회사로는 옥스포드대학과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아스트라제네카와 GSK가 대표적이다.
아스트라제네카가 미국 밴더빌트대학병원과 공동개발한 항체치료제 후보물질(AZD7442)은 코로나19 환자에게 노출(8일 이내)됐을 가능성이 큰 성인과 노출되지 않은 성인을 대상으로 감염예방·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2건의 임상 3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반감기 연장 기술이 적용돼 투여 후 6~12개월 동안 예방 효과가 지속되고 바이러스의 내성 위험을 낮추도록 설계됐다.
AZD7442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에서 추출한 중화항체를 배양한 미국 기업 리제네론의 항체치료제(REGN-COV2)와 달리 회복기 환자에서 파생된 장기작용 항체(LAAB) 2개를 조합했다. REGN-COV2는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경증·중등도 환자 치료제로 긴급사용승인을 받았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투약해 유명세를 탔다. 예방 목적 임상 3상과 치료 목적 임상 2·3상을 진행 중이다.
앤드류 우스티아노스키 영국 국립보건연구원(NIHR) 박사는 “코로나19 환자에게 노출된 감염의심자는 백신 접종 효과가 없고 입증된 다른 치료법도 없어 항체치료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내 임상시험을 주도하는 런던대학병원(UCLH)의 캐서린 훌리언 박사는 “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 효과가 입증되면 백신과 함께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멋진 ‘병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GSK와 비어바이오테크놀로지는 항체치료제 후보물질(VIR-7831)에 대한 치료 목적 2·3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 초기 결과는 연말까지, 최종결과는 내년 1·4분기에 공개하고 상반기 중 상용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