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공수처장 후보 2명을 확정했다. 야당은 야당 추천위원의 심사 대상자 제시권 등을 보장하지 않은 채 이뤄진 결정은 원천 무효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추천위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6차 회의에서 공수처장 후보로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의결했다. 여당 측 추천위원 2명을 포함한 5명의 추천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개정된 공수처법에 따르면 야당 측 추천위원 2명이 모두 반대하더라도 나머지 5명의 추천위원만으로 의결이 가능하다.
야당 측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와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의결 절차 강행에 항의해 퇴장했다. 이 변호사는 “한 추천위원이 후보를 추천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추천위원들이 (표결 절차를) 강행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새 심사 대상자를 추천받는 것은 회의 목적에 맞지 않다고 판단해 표결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추천위 결정 1시간 30분 전에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이날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마무리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오늘 추천된 후보들은 모두 요건을 채우지 못해 거부된 사람들”이라며 “법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법적 소송까지 예고하며 공수처 출범 저지에 나선 것은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는 민주당이 지난 10일 공수처장 임명 시 야당의 거부(비토)권을 없앤 공수처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일방적으로 처리하면서 확산됐다. 야당의 비토권이 공수처장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는 게 야당의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결국 공수처가 윤석열 검찰총장과 야권을 정조준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윤 총장이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수사를 직접 챙기고 야당이 처장 후보에 대한 비토권을 행사하자 여당은 법을 바꿔 공수처장 선출에서 야당의 역할을 아예 제외했다. 이날 추천위 회의에 참석한 이 변호사는 “박탈된 야당의 비토권은 국민들이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으로 독재 기관이 되지 않을 수 있게 담보하는 제도였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야당 측 추천위원인 한 교수도 “공수처장을 누구로 뽑고, 정치적 중립을 어떻게 지키느냐가 중요한데 견제할 기관이 아무 데도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당은 노골적으로 공수처를 통해 ‘검찰 개혁’을 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 대표가 검찰에 대해 “기필코 공수처를 출범시켜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최인호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권력기관들이 서로 유착해 부정부패를 은폐하는 일을 막는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공수처로 검찰 개혁을 촉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수처가 출범하기도 전에 수사 대상에 검찰 지도부가 오를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법원이 공수처 출범에 제동에 걸기를 기대하고 있다. 여당이 일방적으로 법을 바꾼 점과 사의를 표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후보 추천에 나선 것이 모두 법적·절차적 흠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법원이 윤 총장의 징계에 대해 법적·절차적 문제를 들어 집행정지를 결정한 것과 같은 논리다. 법사위 위원인 유상범 의원은 “야당 추천위원의 서류 심사권과 의결권을 박탈한 결정은 원천 무효”라고 강조했다.
추천위가 공수처장 후보 2명을 추천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은 조만간 최종 1인을 공수처장으로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차원의 인사 검증이 필요한 만큼 다소 시간이 소요되겠으나 올해를 넘기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에게 지명을 받은 후보는 국회 인사 청문회를 거쳐 초대 공수처장에 오르게 된다. 청와대는 공수처장 지명이 완료되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 교체 등 중폭의 개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경우·임지훈·윤홍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