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취임 전 택시 기사를 폭행하고 처벌받지 않은 사건과 관련해 김창룡 경찰청장이 28일 “담당서인 서울 서초경찰서가 내사 종결한 것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차관 사건과 관련해 김 청장이 처음으로 입장을 내놓았는데 경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이 논란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청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해당 사건은 지난달 6일 발생해 12일 내사 종결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서초서에서 현장 상황, 피해자 진술, 관련 판례 등을 검토해 폭행죄를 적용하기로 했고 입건 전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가 확인돼 공소권 없는 사안으로 내사 종결했다”며 “사건 발생 당시 (상급 기관인) 서울경찰청과 경찰청에 보고되지 않았으며 청와대에도 보고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달 2일 이 차관의 법무부 차관 임명 전에 마무리된 사안이기 때문에 그의 신분과 내사 종결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 차관은 지난달 6일 밤 서울 서초구 자택인 한 아파트 앞에서 술에 취해 택시에서 잠든 자신을 깨운 택시 기사의 멱살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해자와의 합의 등을 이유로 내사 종결 처리했지만 운행 중인 운전자 폭행을 가중처벌하도록 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을 적용하지 않아 논란이 커졌다.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수사할 수 있다.
경찰은 특가법을 적용하지 않는 게 크게 문제될 게 없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문헌적으로만 보면 특가법을 적용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는데 그 여부를 판단하려면 운전 중인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운전 중’ 의미의 기준은 2008년 대법원 판례가 있으며 이는 2015년 특가법 개정 이후에도 유효하다”고 해명했다.
2008년 대법원 판례는 ‘공중의 교통안전 등을 저해할 우려가 없는 장소에서 계속 운행 의사 없이 자동차를 주·정차한 상태는 운행 중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사건 발생 장소가 아파트 단지 안이 아닌 일반 도로였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건 당시 통행량과 통행인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교통질서 안전에 우려를 줄 시간이나 장소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청장은 해당 사건 담당자에 대한 자체 감찰 계획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경찰의 이 같은 해명이 논란을 잠재우기에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택시·버스 기사에 대한 폭행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특가법이 개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찰이 적어도 이 차관을 입건한 뒤에 기소나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어야 했다는 목소리가 우세하기 때문이다.
한편 검찰은 시민 단체가 특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이 차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에 배당해 수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