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손짓 하나에 수많은 여심이 요동쳤다. 1994년 방영 당시 평균 시청률 45%. 신드롬을 일으켰던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로 신인 배우 차인표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20년 동안 ‘청춘스타’에서 ‘중년 배우’로 묵묵히 연기 인생을 걸어온 그가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내건 작품으로 관객을 찾아온다. 오는 1월 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제목도 캐릭터도 주연 배우도 동일한 영화 ‘차인표’를 통해서다.
배우 차인표는 28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차인표’ 제작 발표회에서 “ ‘나’라는 프레임을 통해 정체된 사람을 바라보는 영화”라며 “이 작품을 통해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영화는 대스타였던 배우 ‘차인표’가 전성기의 영예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차인표가 5년 전 시나리오를 처음 건네받고 정중히 고사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작품 제안에 감사했지만, 작품 속 극심하게 정체기를 보내는 차인표를 보며 ‘난 안 그런데 왜 굳이 내 이름으로 출연을 해야 하나’ 하는 현실 부정에 거절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런데 5년간 내 현실이 정말 영화처럼 되어 버렸다”며 “마치 ‘차인표의 매트릭스’에 갇힌 것처럼 이 저주(?)를 영화로 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유쾌하게 웃어 보였다.
‘차인표’로 데뷔하는 김동규 감독은 처음부터 차인표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 한번 이미지의 틀에 갇히면 벗어나기 어려운 배우라는 직업, 그럼에도 발버둥 치며 그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하고 싶었고, 차인표가 여기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차인표는 드라마 데뷔작 속 ‘손가락 제스처’를 회상하며 “그 손가락이 그린 액자에 갇혀 자유로운 연기 생활을 못 했던 측면이 없지 않다”고 고백했다.
코믹 영화지만, 차인표에겐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긴 의미 있는 작품일 테다. 차인표는 “영화 속 차인표는 측은하다. 깨진 거울에서 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다”는 감상을 전하기도 했다.
흥행 성공도 참패도 모두 맛보고 거울 앞에 선 차인표. 그에게 인생 최고의 전성기는 “오늘의 이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