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역외펀드는 지난 9월 말 기준 129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225개 대비 급감했다. 2년 전인 2018년 283개와 비교하면 절반으로 쪼그라든 수준이다.
국내 기관들의 해외 대체투자는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09년 4조 원이던 해외 대체투자펀드 규모는 지난해 104조 원으로 늘어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이 크게 늘어난데다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익률을 높이려는 기관들이 투자 영역을 확대한 영향이다. 특히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확산하면서 해외 자산에 대한 실사가 어려워지자 직접 해외 운용사를 접촉해 투자처를 발굴하는 사례도 늘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의 역외펀드 심사 일정이 지연되면서 투자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제279조 1항에 따르면 해외 금융기관의 펀드가 국내 기관투자가들에게 자금을 모집하려면 반드시 금감원의 해외집합투자기구 등록을 마쳐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 여파가 심화하면서 심사 부서의 재택근무 전환 등으로 접수 업무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규정상 접수 후 2주 이내에 심사 여부를 통지해줘야 하지만 순서가 밀리다 보니 아예 접수조차 받지 않고 있다. 대신 이메일 등을 통해 간이 신고서를 보낸 후 금감원의 허가가 떨어지면 그때서야 정식으로 서류를 보내는 식으로 진행된다. 담당 업무를 하는 대형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3월에 신청했던 것이 12월 중순에야 등록이 완료되는 등 예년보다 일정이 훨씬 늦어지고 있다”며 “해외 자산운용사들도 세계에서 우리나라의 일 처리가 제일 늦다며 불만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일정 지연은 투자 기회를 찾는 기관들에게 타격이 크다. 글로벌 대체투자 시장이 확대되면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자금 집행이 늦어져 좋은 물건을 놓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해외 투자는 비딩딜(경쟁입찰)이 많을 뿐더러 프로젝트성 펀드의 경우 만기일이 정해져 있어 딜을 접수받고 2달 이내에 투자를 집행해야 한다”며 “시간을 맞추지 못해 딜을 포기하는 경우가 최근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블라인드 펀드의 경우에도 투자가 늦어지는 경우 적지 않은 연체료를 부담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투자 수익률이 깎일 수밖에 없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여파가 확산된 가운데 투자 검토를 더욱 꼼꼼하게 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자산 부실이 늘어나거나 역외펀드의 투자 집행이 약정대로 이뤄지지 못할 위험도 커졌다는 분석에서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코로나때문에 현지 실사가 어려워지면서 원격 통신이나 현지 운용사가 제공하는 자료만으로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늘었다”며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