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올해의 귀인

박노해

12월의 밤이 깊으면


고요히 방에 홀로 앉아

수첩을 펴고 한 해를 돌아본다

나에게 선물로 다가온

올해의 귀인은 누구였던가

나를 남김없이 불살라 빛나던

올해의 시간은 언제였던가


세상을 조금 더 희망 쪽으로 밀어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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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선업은 무엇이었던가

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올 한 해

나는 누구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었던가

누구에게 모질었던 그늘이었던가

누구를 딛고 올라선 열정이었던가

가만가만 눈이 내리고 여명이 밝아온다

새해에는 나 또한 누군가의 선물이 되고

별의 시간이 되는 올해의 귀인이기를

ㅌ



어느 해 ‘토정비결’에선 남에서 귀인이 온다 했죠. 남쪽만 바라보다 한해가 갔죠. 다른 해 ‘토정비결’에선 북에서 귀인이 온다 했죠. 북쪽만 바라보다 한해가 갔죠. ‘토정비결’을 수정 증보해야 할 이유가 분명해졌네요. 귀인을 기다리지 말고 네가 귀인이 되라. 남으로 가서 귀인이 되고, 북으로 가서 귀인이 되라. 제 어머니 살아생전 ‘동으로 가나 서로 가나 남의 눈에 꽃이 되고, 남의 눈에 잎이 되라’ 하시더니 바로 그 말씀이었군요. 유난히 힘들었던 경자년 한해가 저무네요. 신축년 새해 저마다 귀인이 되어 만납시다. 김 귀인, 이 귀인, 박 귀인, 오천 만 귀인 한 해 동안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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