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협치의 첫걸음은 관용·자제...'적 아닌 경쟁자'로 인정해야"

[신년기획 그래도 정치가 희망이다]

<상> 희망주는 정치란

당정,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진솔한 사과·반성이 우선

與野 실사구시로 재무장...민주·산업화 프레임 탈피 시급

법치주의·상생의 정치 실현으로 대통합 미래 제시해야

시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위한 시위에서 밝힌 ‘촛불’에는 대한민국 대통합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진 일방통행식 정치가 아닌 국민 모두와 진영을 아우르는 진정한 화합과 대통합의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난 2017년 3월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의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시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위한 시위에서 밝힌 ‘촛불’에는 대한민국 대통합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진 일방통행식 정치가 아닌 국민 모두와 진영을 아우르는 진정한 화합과 대통합의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난 2017년 3월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의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계 원로와 학계 인사들은 한목소리로 희망을 주는 정치를 위한 해결책으로 ‘통합’을 꼽았다. 이를 위해 국가 지도자부터 솔선수범해 국정 운영 기조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치권은 민주주의의 근본 원리인 법치주의를 준수하며 상대 의견을 존중하는 상생의 정치로 대통합의 미래를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여야가 실사구시적 자세로 미래 지향적인 정책 경쟁을 펼쳐야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협치와 상생의 정치를 실현하려면 여야가 관용과 자제라는 덕목부터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방통행 국정 운영부터 사과해야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협치와 상생의 정치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에 대한 정부 여당의 진솔한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현 집권 세력이 포퓰리즘 정책을 앞세워 국민들을 분열시켜 적대적인 관계를 만들면서 (정치적) 재미를 상당히 봤다”며 “문제는 이러한 행태를 4년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부동산과 경제·방역 등에서 말 그대로 밑천이 들통 났다”고 지적했다. 현 집권 세력은 “밀리면 끝이다. 양보하면 안 된다와 같은 조급함에 지나치게 빠져 있다”는 일침도 빼놓지 않았다. 김 전 의장은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집권 세력이 의석수와 같이 숫자의 힘으로 밀고 갈 수 있다는 착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며 “정치 역사를 보면 한국만큼 변화를 빨리 받아들이는 국민이 없다. 우리 국민들은 확 밀어주다가도 (잘못이 지속되면) 순식간에 등을 돌리기 마련”이라고 경고했다. 이밖에 사법부 탄핵 주장과 무리한 검찰총장 징계 추진 등 법치주의를 위협한 일련의 행태에 대해 진솔한 사과에 나서야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의견도 학계는 물론 여권 일각에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이념형 정책 실패 판명…실사구시 자세 갖춰야

여야가 실사구시적 태도로 재무장해 과거의 이념적 성향에 매몰된 정책을 전면 수정하는 것도 시급하다는 지적 역시 제기됐다. 여야가 각자 뿌리를 두고 있는 민주화와 산업화 프레임에서 탈피하고, 철 지난 이념형 정책이 아닌 민생 향상을 위한 정책 제시로 국민들에게 선택을 받는 생산적인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586으로 대표되는 현 집권 세력은 민생에 신음하는 국민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검찰 개혁 등 자신들의 핵심 지지층만을 겨냥한 ‘선명한 정치’에 열을 올렸다. 서민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주겠다며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거창한 간판을 내걸고 추진된 최저임금 인상은 자영업자들의 한숨만 키웠다. 노동계의 섣부른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요구는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으로 이어지면서 일자리만 감소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시장을 과도하게 옥죄려는 부동산 정책 역시 이념형 정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징벌적 수준의 세금 인상을 강행했지만 집값은 잡히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치솟았고 애꿎은 1주택 실거주자들은 과도한 세금을 감당하지 못해 정들었던 집을 떠나야 하는 지경에 내몰렸다. 이에 전문가들은 집권 세력이 이념형 정책을 과도하게 추진하면 여야가 합의할 여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만큼 누가 집권 세력이 되더라도 양측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실사구시적인 정책이 주를 이뤄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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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정치를 위한 첫걸음 ‘관용’과 ‘자제’

학계에서는 정치가 진영 갈등에서 벗어나려면 ‘관용’과 ‘자제’의 자세부터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여야가 서로의 이념과 정책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상대를 ‘적’이 아닌 애국심을 가진 ‘건전한 경쟁자’로 인정할 때 비로소 대화와 타협의 물꼬가 트인다는 것이다.

협치의 첫 단추는 ‘상호 관용’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정당은 진영 대 진영의 대결 구도 속에서 상대방을 타협이나 경쟁의 대상이 아닌 적으로 간주한다”며 “진정한 민주공화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상대를 포용하고 관용을 베풀고 권력을 자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당이 야당을 내각에 참여시키지는 않더라도 개각을 하거나 인사를 정할 때 야당의 의사를 충분히 듣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양당이 ‘위성 정당’을 내세우면서 진영 정치의 폐해를 완화하려고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제도적 장치를 무력화시킨 것도 상호 관용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짚어냈다.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힘 있는 정당이 자신의 권한을 최대한으로 이용하려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며 ‘제도적 자제’를 강조했다. 그는 제도적 자제가 결여된 사례로 법무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 개최를 들었다. 그는 “제도가 법무부 장관의 권한을 보장한다는 근거로 징계위를 열었다. 그런데 법원이 결국 그 징계 효력을 중지시켰다”며 “이런 게 ‘제도적 자제’의 결여”라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국민들의 의견이 다양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여러 정견 사이에서 적법한 결론을 도출하는 게 정치다. 즉 여권이 야권의 동의를 얻어 자신의 정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상대를 배제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권위주의에 불과하다. 상대를 배제하기보다는 공통점을 찾으려는 통합의 정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진용·김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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