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기능성 테이프 전문 기업 애니원이 상장 일정을 전면 철회했다. 두 차례 도전 끝에 상장 예비심사까지는 통과했지만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악화한 실적이 발목을 잡았다. 애니원은 올해 실적 개선을 이룬 뒤 다시 상장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애니원은 최근 상장 일정을 철회했다. 애니원은 당초 60만 주를 기업공개(IPO)로 공모해 최대 107억 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자금 조달 일정이 지연됐다.
애니원은 산업용 기능성 테이프 전문 기업이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제품에 쓰이는 방수 충격 테이프를 주력 제품으로 생산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강화유리와 알루미늄을 붙여주는 핵심 제품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와 화웨이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애니원의 상장 도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 2019년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으나 내부 통제 미흡 등의 지적이 나오자 심사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해 6월 다시 IPO 도전에 나섰고 9월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거래소의 문턱을 넘자 이번에는 실적 악화가 발목을 잡았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면서 2·4분기 주요 거래처인 삼성전자 멕시코·인도 모바일 공장이 폐쇄됐고 이는 애니원의 매출 및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여기에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무역 제재 강화도 애니원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반기 실적이 예상 밖으로 악화하자 애니원은 3·4분기 실적에 마지막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손익 개선이 예상보다 미진했고 9월 이후 환율마저 하락하면서 상장 일정을 최종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이상규 애니원 대표는 주주들에게 서한을 통해 “(실적 부진과 악화된 환율 추세로) 상장 절차를 지속해야 할지 여러 고민을 했다”면서 “현재 실적으로 상장을 진행하면 제대로 된 기업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것으로 판단, 부득이하게 상장을 연기하게 됐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니원은 공모가 1만 4,900∼1만 7,900원으로 60만 주를 공모할 계획이었으며 상장 예정 주식 수로는 약 1,000만 주를 제시했다. 상장 주식 수 기준 기업 가치는 약 1,8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두 번째 상장 도전도 무위로 그쳤지만 애니원은 올해 실적 개선을 이룬 뒤 다시 IPO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2021년 신규 제품과 기존 주력 제품의 매출 확대로 매출 및 이익률을 크게 개선, 최대한 빠른 일정으로 상장 심사를 재청구할 계획”이라고 주주들에게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