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전기차인 ‘아이오닉5’의 조기 출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현대차(005380) 그룹주가 새해 첫 거래일 질주했다. 그룹 차원에서 올해 전기·수소차 등 신에너지차(NEV)를 앞세워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특히 전기차 플랫폼인 ‘E-GMP’의 활용에 기대가 모아진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부품 계열사인 현대위아(011210)는 상승 제한폭(29.91%)까지 뛴 6만 9,500원을 기록해 상한가로 장을 마감했다. 현대모비스(012330)와 현대오토에버(307950)도 전 거래일보다 12.33%, 12.15%씩 급등한 28만 7,000원과 13만 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완성차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차(000270)도 각각 8.07%와 2.56%의 상승률을 기록해 강세를 보였다. 외국인투자가는 이날 하루 동안 1,745억 원 규모의 현대차 주식을 순매수했다. 개인과 기관은 기아차를 각각 377억 원과 129억 원씩 사들였다.
이날 금융 투자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올 4월 출시 예정이던 ‘아이오닉5’가 예상보다 빠른 2월 출시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아이오닉5는 E-GMP에 기반한 첫 신차로 현대차 호주 법인은 이달 말까지 아이오닉5의 사전 계약을 진행하고 2월 중 차량 색상과 세부 옵션을 선택하도록 하는 등 출시 일정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오닉5는 코나 EV 배터리 리콜로 출시 지연 우려가 존재했기 때문에 조기 출시는 신차 완성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뉴스”라고 평가했다.
올해를 시작으로 자체 전기차 플랫폼의 상용화가 본격화되면 현대·기아차의 시장 점유율 추가 확보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유럽 NEV 시장 점유율 7위(4%)에 올랐던 현대차의 코나는 지난해 3위(3%)로, 같은 기간 상위권에서 벗어나 있던 기아차의 니로 역시 8위(2%)로 순위가 일 년 만에 껑충 뛰었다. 다만 같은 기간 판매량 상위 차종의 개별 시장 점유율은 크게 낮아져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한층 심화했다는 분석이다. 수소차 부문에서 현대차는 지난해 9월 누적 수소차 글로벌 판매량 6,664대 중 비중이 73.8%(1위)에 달하는 독보적인 기록을 세웠다.
전기·수소차 시장의 성장과 함께 현대·기아차의 실적도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현대차는 2021년 판매 목표를 총 416만대(해외 341만 8,500대·국내 74만 1,500대)로 제시했다. 가장 최근 보고서를 낸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올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각각 274.1%, 168.3% 증가한 7조 8,950억 원과 4조 6,86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이익의 결정 변수가 캠핑용차량(RV)에서 전기차(EV)로 바뀌고 있다”며 “기업 가치 방향성 역시 배터리와 전동화 등 전후방 생산·공급 체인 확보에 기반한 E-GMP 상용화의 성공이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완성차 이외에도 현대위아·현대모비스 등 그룹 내 부품 계열사의 수혜를 전망했다. 전기·수소차 이외에도 자율주행·도심항공모빌리티(UAM)·연료전지 등 미래 사업이 본격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구동 모터, 배터리 모듈, 인버터 및 컨버터, 수소 연료전지 등을 담당하며 현대위아는 전기차 열 관리 모듈, 모터 및 감속기, 수소 연료 탱크 등을 생산한다. 이외에도 현대오토에버는 오는 4월 현대엠엔소프트(내비게이션)와 현대오트론(전장 소프트웨어)을 흡수 합병하고 차량 내외부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일원화할 예정이다. 박정원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자율 주행 핵심 기술은 현대모비스가 주축이지만 이번 합병을 통해 데이터를 활용한 비즈니스 기회가 크게 확대될 것”이라며 “전장 사업부터 인포테인먼트를 아우르는 자동차 운영체제(OS)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통해 테슬라 같은 구독형 서비스 사업 추진도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사업 가치가 높아지면서 현대차 그룹주의 몸값도 고공행진이 예상된다. 증권사들은 최근 현대차(21만~26만 원), 현대모비스(27만~37만 원), 기아차(5만 5,000~8만 5,000원), 현대오토에버(7만 5,000~13만 원), 현대위아(4만 2,000~5만 8,000원) 등의 목표가를 높였다. 이 연구원은 “그동안 현대차그룹 계열 부품사는 특성상 글로벌 전기차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수주나 친환경차 부품 전환이 다소 느릴 수밖에 없었지만 향후 고객사를 다각화해 부품사 대비 친환경 부문의 성장성이 돋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