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새해 아침이 밝았다. 1년여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처음 중국에서 확인됐을 때 어느 누구도 전염병이 이 정도까지 우리의 일상을 뒤흔들어 놓을지 몰랐다. 지난해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이 전염병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고 선언했을 때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곧 전 세계로 퍼지고 1년 이상 가며 겨울이 되면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불행히도 이 전망은 맞았다. 전 세계는 지금 팬데믹의 3차 확산에 맞서 여전히 힘겹게 싸우고 있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하나.
우리를 둘러싼 국제경제 상황은 급격히 변하고 있다. 각국은 봉쇄나 격리로 인한 경제활동의 둔화를 막기 위해 양적 완화를 재개하거나 확대했고, 침체로 자유낙하 하는 경기를 붙잡기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 투입을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국가 부채 문제나 기업에 대한 보조금의 불법성 여부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염병이 통제되지 않는다면 각국은 더 강한 봉쇄와 격리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정부 재정의 개입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그 후유증은 더욱 깊고 오래갈 것이다. 우리가 국면 전환의 희망으로 붙잡고 있는 백신과 치료제가 효과를 발휘해 전염병이 통제되고 경제가 회복된다 해도 위험은 도처에 널려 있다. 경제 상황의 정상화 과정에서 부문별 불균형 회복은 필연적이며, 금리 정상화나 재정 회수 과정에서 나타나는 취약 부문, 취약국의 위기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국지적 위기는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국제경제 질서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15개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최종 합의하고 올해 발효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섬에 따라 무역대표부(USTR) 수장을 조기에 지명하는 등 경제 통상 인사를 물갈이하면서 대중 기술 통상 전쟁 2막을 준비하고 있다. 다자와의 동맹을 상대적으로 더 선호한다는 바이든 정부는 거의 버려져 있던 세계무역기구(WTO)를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동맹을 끌어들여 대중국 견제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점검할 것이다. 영국과 EU는 지난 4년 반 동안 유럽을 혼란으로 몰고 간 브렉시트의 2단계 미래 관계 협상을 합의함으로써 브렉시트를 완성했다.
가속화된 국제경제 질서의 변화는 여기저기서 작지 않은 파장을 낳는다. 미국이 일본 및 EU와 함께하려는 WTO 개혁은 국영기업이나 강제 기술이전 문제에서 중국을 거칠게 압박할 수는 있으나 보조금 분야에서는 팬데믹 이후 거의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각국의 보조금 지급을 놓고 볼 때 역공을 받을 위험이 있다. RCEP이 발효된다면 동아시아 경제 통합의 구심점이 형성되겠지만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중요성도 다시금 주목받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참여하지 않는 CPTPP의 영향력은 미국의 새로운 대아시아 통상정책이 윤곽을 드러내면 급격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는 유럽의 힘을 약화시키고 중국이 대세계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아시아에서 영국은 CPTPP뿐 아니라 제3국과의 새로운 외교 통상 관계에서 존재감을 내려 하겠지만 연합 왕국에 도전하는 국내의 원심력은 더 커질 것이다.
이러한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지체된 국내 제도 개혁을 완수하고 디지털과 그린으로 대표되는 미래 산업의 육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WTO 개혁 과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지역 메가 자유무역협정(FTA) 참여를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 임기 마지막 1년여를 남기고 있는 이 정부가 할 일이 참으로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