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정인이 비극' 방치한 경찰, 수사종결권 자격 있나

생후 16개월 만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커지는 가운데 비극을 방치한 경찰에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세 차례나 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아이와 부모의 분리가 이뤄지지 않았고 경찰은 번번이 무혐의 처리했다. 조사를 담당한 경찰관도 매번 달랐다. 심지어 출동 경찰관이 “뼈가 부러지거나 어디가 찢어지지 않는 이상 아동 학대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니 기가 막힌다. “경찰 역시 공범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의 수사권 재조정으로 경찰은 1차 수사 종결권에 대공 수사권까지 갖게 됐고 국가수사본부까지 출범시켰다. 일선 경찰서에서 다양한 수사 업무와 관련된 인력들이 모두 국수본에 편입된다. 문제는 경찰이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고 제대로 수사할 의지와 능력을 가졌느냐 여부이다. 경찰은 최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167일 동안 46명의 전담팀을 투입하고도 실체 규명에 실패했다는 것은 수사 의지가 없었든지 무능했든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을 단순 폭행으로 내사 종결한 것도 경찰의 자질에 심각한 의문을 던진다. 그러니 권력의 구린 구석은 적당히 덮어주고 아동 학대처럼 표나지 않는 사건에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 게 현재 경찰의 민낯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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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는 검찰의 힘을 빼기 위해 ‘권력기관 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워 경찰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했다. 경찰은 막강한 공룡 조직으로 변신하게 된 만큼 부끄러운 과거를 씻어내고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살아 있는 권력의 겁박에도 성역 없이 파헤치려는 용기와 인권 관련 사건 등을 세심하게 살피는 정성이 요구된다. 경찰이 책임과 권한의 무게를 감당할 자격을 갖추지 못한다면 언제라도 수사 종결권을 거둬들일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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