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는 여야가 8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처리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일제히 유감의 뜻을 밝혔다. 중대재해법이 제정돼야 한다면, 사업주에 대한 징역형 규정을 고치는 등 기업경영을 막는 조항은 최소한 제외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10개 경제단체는 6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경영계가 중대재해법 제정 중단을 수차례 호소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제정을 합의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법 제정이 필연적이라면, 세 가지 사안을 반드시 법에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야가 8일 처리하기로 합의한 중대재해법은 사고 발생 시 대표자 형사 처벌, 법인 벌금, 행정 제재,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한 법안이다. 경영계는 이 법이 시행될 경우 사업주가 징역형을 받아 기업 경영이 불가능한 상황을 가장 우려해왔다. 해외에 비해 안전사고에 대한 규제가 너무 강화되는 점도 중대재해법에 대한 경영계의 우려다. 이미 시행 중인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안전 의무조항은 1,222개다.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의 안전 조치 위반 시 사업주 처벌은 6개월에서 2년 이하 징역인 반면, 산안법은 7년 이하 징역 처벌이 가능하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 중소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11년간) 중앙회장을 맡는 동안 이런 강도로 기업에 부담을 주는 법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정부가 먼저 재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우리(기업)에게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경영계는 중대재해법에서 사업주 징역 하한 규정을 상한 규정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여야는 ‘2년 이상 징역’에서 ‘1년 이상 징역’으로 하한 규정을 낮췄지만, 하한 규정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계는 “산재사고는 과실범”이라며 “사고에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진 자보다 간접적인 관리 책임을 가진 사업주에게 과도한 처벌을 부과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경영계는 중대재해로 인한 사업주 처벌을 ‘반복적인 사망사고’로 한정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미 일반적인 산재사고에 대한 산안법이 있는 만큼, 반복되는 사망사고에 대해 중대재해법을 선별적으로 적용하자는 것이다. 경영계는 중대재해법에 사업주 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의무를 다하면 면책할 수 있는 조항도 요구했다. 중대재해법의 본래 목적인 사고방지 효과를 높일 수 있기 위해 사업주의 책임소재를 더 명확하게 하자는 것이다. 김 회장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계에 이르고 있는 기업 입장에서 중대재해법 제정 추진은 경영에 큰 두려움으로 다가온다”며 “최소한 기업이 현장에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 없이 사업할 수 있도록 입법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