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시장경제에 사회 안전망 접목…'웰페어노믹스 구현' 힘 모아야"

[그래도 정치가 희망이다]

<하> 따뜻한 정치-양극화 해법은

노동 '유연 안정성' 정책 등 덴마크 모델 벤치마킹 필요

산업재해 줄이려면 '경영인 처벌'보다 '근로자 보상'이 답

기업엔 자유보장 '성장동력 발굴' 유도…양극화 해소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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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튼튼한 경비원, 따뜻하고 자상한 유모(乳母), 진취적인 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세금을 활용한 유모 역할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별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박형준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교수)

# “보편적 현금 복지는 취약 계층에게 ‘더’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보편적 현금 복지의 함정’에 빠질 수 있습니다. 예산이 한정돼 있어 취약 계층에게 돌아갈 지원은 작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복지 포퓰리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부가 양극화 해소를 위해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는 가운데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 사회적 연대 의식을 접목시킨 웰페어노믹스를 통해 대안 모색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새롭게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세금을 활용한 저소득층 지원의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기업에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보장해주는 대신 사회적 약자에게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통해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능한 ‘유모’가 빚은 양극화=문제는 정치권이 따뜻한 정치를 표방하며 펼친 양극화 해소 방안이 별 실효를 거두고 있지 못한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현 정부는 양극화 해소의 해법을 ‘일자리 창출’에서 찾았다.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무수한 질 낮은 공공 단기 일자리가 양산됐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은 단기적인 처방이 될 수 있을 뿐 지속 가능하지 않다. 양극화 개선 효과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해 3·4분기 저소득층(1분위)의 근로소득 증가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결국 대부분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데 정치권이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정책을 펴는 것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소득층 지원으로 성장이 이뤄지지는 않는다”며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기업을 움직여 새로운 투자를 이끌어내고 그 과정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작업이 이뤄져야 결국 분배도 개선돼 양극화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자가 약자를 돕게 하는 게 정치=상당수 전문가는 양극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위한 토대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강자’를 억누르는 방식으로는 ‘약자’를 보듬다 보면 강자와 약자 모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약자인 임차인을 두텁게 보호하고자 강자인 임대인을 규제한 정책과 입법이 전세 대란을 불러일으켜 임차인이 되레 고통받는 현실이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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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도 결국은 강자를 규제하는 방식으로 약자 보호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은 약자를 보호하는 데도 되레 부정적인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계는 처벌 강화가 재해 감소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한 발 더 나가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경영계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이 기업 처벌에서 답을 찾기보다는 근로자 보상 확대에서 답을 찾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라며 “기업이 위험한 일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도록 직무급제 도입을 유도하고 근로자는 늘어난 보상으로 전문화를 도모하면 재해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아쉬워했다.

정치의 역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자로 남는 이를 돕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은 “복지 확충은 생산성 확대를 통해 물적 기반을 갖췄을 때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정치는 일을 할 수 있는데도 안 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말로 일할 수 없는 사람을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웰페어노믹스 대안으로 부상=이런 가운데 웰페어노믹스가 따뜻한 정치의 본체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체제, 사회적 연대 의식을 접목하자는 것이다.

일례로 덴마크는 노동 유연성을 높이는 동시에 사회 안전망을 두텁게 했다. 덴마크는 이를 통해 성장과 분배 두 측면에서 세계 최고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고용보험 확대 추진 등을 통해 안전망 강화에 나서고 있다지만 안전망은 턱없이 미진한 수준이다. 유연성 제고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웰페어노믹스가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한국형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 안 교수는 “합의와 타협의 정치 문화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 스웨덴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성장·분배 모델을 만들어냈다”며 “반면 그리스는 국론을 하나로 모으는 데 실패함으로써 위기에 직면했다. 웰페어노믹스가 한국에서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 도출에 정치권이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지훈·김혜린기자 jhlim@sedaily.com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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