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종합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자사의 핵심 반도체 칩을 대만의 TSMC나 삼성전자로부터 위탁 생산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이 오는 2023년부터 생산에 들어가는 핵심 반도체 칩을 TSMC 또는 삼성전자에 아웃소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앞으로 2주 내에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21일로 예정된 지난해 4·4분기 실적 공개 때 함께 발표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고객사와의 거래 관련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하나인 파운드리(위탁 생산)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인텔이 생산 일부를 위탁할 경우 수주 물량 확대는 물론 위상 제고도 기대할 수 있다.
인텔, 미세공정 외부 아웃소싱 가능성 |
지난해 밥 스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7나노(1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m) 공정을 외부에 맡길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을 했고 이에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가 아웃소싱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인텔은 경쟁 업체인 AMD에서 이미 생산하고 있는 7나노 반도체 개발에서 수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이전 계획보다 생산을 6개월이나 늦출 정도로 기술력이 현격하게 떨어지는 상황이다.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서드포인트가 인텔의 기술력 문제를 거론하며 굴욕에 가까운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인텔의 이 같은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인텔의 지분을 10억 달러(약 1조 1,000억 원)가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드포인트는 지난해 12월 인텔에 “TSMC와 삼성전자 등 동아시아 경쟁사들에 제조 분야에서 뒤처졌다”며 “설계·개발부터 제조까지 이어지는 수직 통합적인 사업 모델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전략적 대안을 촉구했다.
지금으로서는 인텔의 외주는 기술력과 양산 능력에서 앞서 있는 TSMC가 맡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TSMC는 반도체 설계는 관여하지 않고 생산만 담당하는 파운드리 업체로서, 종합 반도체 업체이자 인텔의 경쟁사인 삼성보다는 보안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블룸버그도 “TSMC에 비해 삼성전자와의 논의는 예비 단계에 가깝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수주땐 시스템반도체 탄력 |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라는 목표를 설정한 삼성전자로서는 인텔과 손을 잡을 경우 큰 호재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는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분야 가운데 가장 경쟁력을 갖춘 사업으로 인텔이라는 큰 고객사를 확보하면 파운드리 1위 업체 TSMC와의 격차도 줄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4%, 삼성전자가 17%다. 삼성전자로서는 또 ‘인텔의 반도체 칩 생산을 맡았다’는 글로벌 파운드리 강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칩 판매 가격 상승과 퀄컴·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 주문 등을 감안해 올해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서 사상 처음으로 20조 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