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관의 금은방 절도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피의자의 도박 사실을 알고도 숨겨주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새해 초부터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된 경찰이 제 식구 감싸기부터 하려 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11일 광주경찰청과 광주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광주 서부경찰서 소속 임모(48) 경위는 지난 6일 주월동 금은방에 침입해 2,500만 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친 혐의(특수절도 등)로 구속됐다. 임 경위는 당초 범행을 부인하다가 수사팀의 추궁에 '도박 빚에 시달리다 범행을 했다'는 취지로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실제 임씨가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수 차례 돈거래를 한 내역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범죄수사 규칙에 따르면 조사 과정에서 관련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지할 경우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그러나 경찰은 임 경위의 범행 동기에 대해 "다액의 채무"라고 밝히면서 "도박 빚 때문은 아니다"고 극구 부인했다.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에도 도박과 관련된 혐의는 포함되지 않았다. 임 경위 역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가 만난 취재진에게 "도박 빚 때문은 아니다"고 부인했다.
경찰 조사에서 도박 빚을 언급했던 임 경위가 몇 차례 추가 조사를 받은 다음 입장을 바꾼 셈이다. 현직 경찰관의 금은방 절도가 불법 도박 때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더욱 거센 비판을 받을 것을 우려해 경찰이 임씨의 범죄 혐의를 덮어주거나 최소한 숨기기 위해 입을 맞춘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사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는 데다 1차 수사 종결 권한을 부여받았다. 수사의 적절성을 경찰 내부에서 판단하기 때문에 임씨의 도박 혐의를 수사하지 않는다고 해도 묵인이 가능한 구조다. 취재가 시작되자 경찰은 "도박 빚 때문은 아니다"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도박 등) 제기된 의혹에 대해 추가 입건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운전기사 폭행'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게 내사를 종결해 국민들의 비판을 받았다. 이어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신고를 받고도 적절히 조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경찰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6일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