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0만여 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를 기록한 브라질이 자체 백신 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임상 시험은 내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으로 악어가 되거나 수염이 날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펴는 등 정부의 의지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0일(현지 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보건부 산하 오스바우두크루스재단(Fiocruz)과 상파울루주 정부 산하 부탄탕연구소가 현재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지만 아직 초기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부가 지난해 10월 말에 공개한 보고서를 기준으로 현재 브라질에서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계획은 16개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3개에 그치며 그나마 모두 임상 시험 전 단계에 머물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백신에서 뒤처지는 모양새다. 아르헨티나와 칠레·멕시코·코스타리카 등 여타 남미 국가들이 코로나19 백신 사용 승인을 완료하고 접종을 시작한 반면 브라질은 여전히 한 개도 승인하지 않았다. 시노백과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존슨앤드존슨 등 4개 백신의 3상 임상 시험만 진행했을 뿐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백신에 회의적인 자이소나루 대통령이 있다는 분석이다. ABC뉴스는 정부가 백신을 얻기 위해 협상하는 동안에도 자이소나루 대통령은 모든 백신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그는 백신의 부작용으로 사람들이 악어로 변하거나 여성의 경우 수염이 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오스바우두크루스재단의 마거릿 달콜모 호흡기학과 교수는 AP통신에 “이러한 발언은 브라질의 이미지를 손상했다”고 말했다. 싱크탱크인 제툴리우바르가스재단의 발터 신트라 교수도 “보우소나루가 백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정부가 이같이 행동할 경우 신뢰를 잃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앞서 보건부 국가위생감시국(Anvisa)이 시노백과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긴급 사용 승인을 요청한 만큼 이달 안에는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 시노백과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등 외국 제약 업체들의 백신으로 접종이 시작되더라도 재정 위기에 처한 정부의 의지 부족으로 백신 자체 개발이 늦어지면서 방역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상파울루주립대 생물과학연구소의 루이스 카를루스 지 소우자 페헤이라 교수는 “백신을 제조할 수 있는 2개 대형 공기업이 있으나 연구개발(R&D)에 필요한 자율성이 없다”면서 “브라질은 외국 제약 회사의 백신을 기다리고 있을 뿐 코로나19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브라질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810만 5,790명이며 사망자는 20만 3,140명으로 집계됐다. 브라질은 지난 8일 역대 최다인 8만 7,134명의 신규 확진자를 기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