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2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3개월 앞두고 야권 후보 단일화 방안을 두고 샅바 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단일화 없이도 승리할 수 있다며 안 대표를 향한 강경 발언을 쏟아냈고, 안 대표는 “야권 지지자들이 정말 간절히 원하는 것이 야권 단일후보가 돼서 서울시장 후보로 승리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단일화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단일화를 못 하겠다면 할 수 없는 것”이라며 “그래도 (야권의) 승리를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당에 가장 적합한 후보를 만들어내는 것이 내 책무”라며 안 대표를 “더 이상 거론하고 싶지도 않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으면 자신이 직접 국민의힘 내부에서 유력한 후보를 찾아내겠다는 셈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안 대표가 출마 선언을 하면서 ‘내가 야당 단일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얘기를 했다. 누가 자기를 단일 후보로 만들어주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단일후보라고 얘기한 것”이라며 “정치 상식으로 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서 나는 거기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안 대표에게 “단일화를 하려면 솔직해져야 한다. 나로 단일화 해달라는 요구를 하면 안 된다”고 일갈했다.
안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보다나은미래를위한 반기문재단’에서 반기문 전 총장과의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제 간절함과 야권 지지자들의 절실함이 만나면 단일후보가 되고 선거에서 승리하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게 대선의 정권 교체”라며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그걸 향해 나가는 중간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국민의힘 지지자, 당 지지자, 중도에 계신 분들이나 합리적인 진보 세력의 마음을 전부 모아 단일후보를 지지하게 해야 그것이 다음 대선에도 이어진다”고 짚어냈다.
앞서 8일 국민의힘 공처관리위원회는 안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과 같은 당외 인사를 겨냥해 ‘여론조사 80%, 당원 20%’로 예비경선을 치르고, ‘여론조사 100%’로 본경선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본경선에서 당원 표심이 배제되는 만큼 당외 인사도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구도가 마련된 것이다. 공관위는 오는 15~17일까지 보궐선거 예비경선 후보자 공고를 올리고, 오는 18~21일 동안 서류를 접수 받는다. 이어 오는 26일 예비경선 후보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안 대표는 아직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구체적인 단일화 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나이가 들어 가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몽니 정치”라며 김 위원장을 우회적으로 질타했다. 그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도 “3자 구도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한 김종인 위원장의 발언은 어른답지 못했다”며 “안철수 후보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기대가 굉장히 크고 계속 올라갈 것인데, 김 위원장이 그걸 무시하고 억누르려고 하면 김 위원장 스스로가 자멸의 길로 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김재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철수는 오지 않는다’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을 올려 안 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안철수에게는 자기만의 셈법이 따로 있다”며 “이번 주에는 시간이 없다고 한다. 단일화 업계의 천하무적에게 이런 식으로 달려들면 결과는 뻔하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으로 오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국민의힘이 작전에 말려들어 흡수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