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공매도 재개 여부 결정, 선거용 포퓰리즘 전락 안돼

금융위원회가 올 3월 15일까지 예정된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해제하겠다는 뜻을 11일 밝혔다. 코로나19의 쇼크를 가라앉히려 공매도를 금지했지만 지금은 주식시장 과열을 식히기 위해서라도 제도를 환원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당국의 의도는 이해할 만하다. 시장이 정상으로 돌아왔는데도 강제로 제도를 틀어막으면 자율 기능을 해치게 된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이 예상되면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매입해 갚는 식으로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 기법이다.


동학 개미들로서는 공매도 재개가 반갑지 않을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매도를 전면 폐지하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주가 3000시대’ 진입을 치적으로 생각하는데 당국이 쉽사리 재개하겠느냐는 희망을 품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정치권이 개인투자자들을 등에 업고 나선 것이다. 여권에서는 공매도 금지 연장을 압박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공매도 금지 연장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1월 중 답을 내리자”고 촉구했다. 여당 인사들은 4월 서울·부산시장 보선을 앞두고 주가 상승을 홍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매도를 섣불리 재개해 찬물을 끼얹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보선을 앞두고 ‘코로나 이익 공유제’를 들고 나온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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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금융 산업은 ‘정치 금융’의 독버섯이 만들어낸 각종 사고로 홍역을 치렀다. 금융 당국은 정치 논리를 철저히 배제하고 자본시장의 원칙과 증시 상황만을 고려해 공매도 재개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 지금은 ‘외국인과 기관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을 받는 제도를 개선해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고 불법 거래를 막는 일에 집중할 때다. 금융이 선거용 포퓰리즘에 좌우된다면 또다시 퇴행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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