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분위기 바뀐 시장…월가 관심은 온통 ‘성장’과 ‘인플레’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월가의 관심이 급격히 경제성장과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옮아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월가의 관심이 급격히 경제성장과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옮아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날 약세를 보였던 미국 증시가 12일(현지 시간)에는 소폭 상승하면서 마감했습니다. 최근 미국 국채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시장에 불안감을 줬는데요. 이날 국채금리는 소폭 떨어지면서 1.134% 수준을 보였습니다.

이날 금리는 안정됐지만 시장의 관심은 급격하게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모이고 있습니다. 우선 월가에서는 앞으로 경기회복이 생각보다 강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 때문에 연방준비은행에서도 긴축에 대한 언급이 나오기 시작했죠. 연장선에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급격히 커지고 있습니다. 국채금리 상승현상에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것인데요.


현재 월가는 성장과 인플레, 두 가지에 꽂혀 있습니다. 전날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렸듯 빨간불은 아니지만 노란불은 깜박이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의 분위기를 다시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인플레 2% 도달 시점 빨라져...시겔 "3~4% 갈 수도"
우선 시장에서는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계속되는 돈 찍기, 수조달러대의 추가 부양책을 약속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까지 시장에는 호재가 계속된다는 말이죠. 전날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가 “광범위한 백신 보급이 올해 미국 경제의 강력한 성장을 촉발시킬 것”이라고도 했는데요.

세티 컴퍼니스의 롭 모건은 미 경제방송 CNBC에 “연준은 한동안 통화완화를 약속했다. 이는 주식시장에 엄청난 것”이라며 “바이든 당선인은 추가 코로나19 부양책을 얘기했는데 우리는 경기부양책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에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5월 방송에 출연한 제레미 시겔 와튼스쿨 교수 /CNBC 방송화면 캡처지난해 5월 방송에 출연한 제레미 시겔 와튼스쿨 교수 /CNBC 방송화면 캡처


현재 바이든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경기회복 기대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국채금리도 덩달아 뛰고 있는데요.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연준의 목표치를 훨씬 상회하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며 “2%, 2.5%가 아니라 3~4%까지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2%는 연준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수준인데요.


그러면서 “(이를 고려하면) 올해 말까지 10년 만기 국채의 수익률이 2%는 될 것으로 확신한다. 아마 훨씬 더 높을 수도 있다”며 “내년 초에는 3%까지 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롭 모건 역시 “고민은 인플레이션 2% 달성 시점이 생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시장의 관심이 성장과 인플레에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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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논란, 12월 CPI가 1차 관건
이런 가운데 인플레이션 추이는 13일 나오는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보면 좀 더 확실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인데요. 월가의 한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에 “인플레이션 얘기가 많고 국채금리가 오르고 있지만 그동안 CPI는 그렇게 높지는 않았다”며 “12월 CPI를 보면 상황 판단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11월 CPI의 경우 한 달 전보다 0.2% 상승한 바 있는데요.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 CPI는 한 달 전보다 0.2%, 전년 대비 1.6% 올랐습니다. 근원 CPI는 연준이 통화정책에 참고하는 지표입니다.

지난해 연말만 해도 월가에서는 올해 봄에 인플레이션이 찾아올 것이고 많아야 2.5% 수준이며 이후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갈수록 전망치가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2.5%에서 3%를 거쳐 이제 4%까지 나온 것인데 이런 의미에서 12월 CPI가 흐름을 파악하는 데 중요할 것 같습니다. 12월 CPI는 동부시간 13일 오전8시30분(한국시간 13일 밤 10시30분)에 나옵니다.

긴축 얘기 나올 정도로 바뀐 분위기...테슬라 등 거품 우려도 여전
문제는 빠른 경기회복과 인플레이션에 시장 분위기가 급격하게 뒤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댈러스 연은 총재가 경제성장을 언급하면서 양적완화(QE)를 축소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고 얘기한 점,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가 올해 하반기 QE 규모 축소에 “열려있다”고 답한 것은 국채금리 상승과 함께 증시에 결정타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로레타 메스터 연은 총재는 이날 다소 다른 의견을 전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메스터 총재는 “경제는 올해도 강력한 지원을 필요로 한다”며 “통화정책은 적절한 수준으로 설정돼 있다. 중간 수준의 경기전망이 유지되는 한 통화정책의 변경은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직은 아니지만 경기전망이 예상보다 좋아지면 통화정책도 달라질 수 있겠죠. 연준의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고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과잉 유동성에 따른 거품을 얘기할 때 테슬라와 비트코인이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로이터연합뉴스과잉 유동성에 따른 거품을 얘기할 때 테슬라와 비트코인이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채권시장과 증시가 대체 관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채 수익률이 오르면 투자자들의 생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금융비용이 늘어 주가 하락요인이 되기도 하지요. 여기에 연준의 지원책 축소까지 더해지면 기업 입장에서는 경기회복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요인들을 다 상쇄할 정도의 매출과 이익 상승이 있어야 할 겁니다. 롭 아노트 리서치 어필리에이츠 설립자는 “미국의 가치주는 약간 싼 상황”이라면서도 “(전반적으로) 미국 주식은 해외 주식에 비해 거품이 끼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이날도 과열 논란은 이어졌는데요. 고든 존슨 GLJ 리서치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를 포함해 전기차 주식 전반에 광범위한 거품이 끼어 있다. 현재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은 유럽인데 테슬라는 유럽에서의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며 미국에서의 테슬라 주가가 지나치게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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