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작년 통화량 300조 늘었는데... 통화 유통속도는 '사상 최저'

8개월째 9% 이상↑...3,178조 달해

돈 몰린 증시 등 자산시장 살얼음판

지난해 9월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현금운송 관계자들이 추석자금 방출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9월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현금운송 관계자들이 추석자금 방출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초저금리가 1년 가까이 지속되자 시중 통화량이 급증하며 3,170조 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넘치는 유동성이 생산적 투자나 소비 등으로 이어지지 못해 ‘돈맥 경화’ 현상은 심화하고 일시적으로 돈이 몰린 증시 등 자산 시장 리스크는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통화량(M2 기준)이 3,178조 4,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27조 9,000억 원(0.9%) 증가했다고 13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통화량은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9.7% 늘어 8개월 연속 9% 이상 증가율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지난해 1~11월 시중 유동성은 270조 4,000억 원 불어나 2019년 증가액(183조 원)을 큰 폭으로 뛰어넘어 지난 한 해 통화량 증가 폭이 3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은이 15일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 금리를 현행 0.50%로 동결할 것이 확실시돼 통화량은 당분간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 입출금식 예금(이상 M1)과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 상품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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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통화량을 경제주체별로 보면 기업이 2년 미만 금전신탁 및 정기 예적금을 중심으로 15조 8,000억 원 늘었고 가계도 수시 입출금식 저축성 예금 및 요구불예금을 중심으로 10조 원 증가했다. 보험 및 증권사 등 기타 금융기관은 4조 원, 사회보장 기구와 지방정부 등 기타 부문도 2조 2,000억 원 불어났다.

통화량은 늘었지만 기업 투자나 가계 소비가 위축되면서 시중에 돈이 얼마나 잘 돌고 있는지 보여주는 ‘통화승수(통화량/본원통화)’는 지난해 6월 14.85배로 사상 처음 15배가 깨진 뒤 계속 하락해 지난해 9월에는 14.44배로 사상 최저치를 경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통화유통속도(명목 국내총생산/통화량)도 지난해 2·4분기 0.62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3·4분기에는 0.63으로 소폭 개선되는 데 그쳤다.

시중 자금이 경제활동에 활발히 쓰이기보다는 부동산과 증시 등 자산 시장으로 쏠려 잠기면서 금융 불균형의 위험은 높아지고 있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신년사에서 “유동성 공급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 등으로 잠재돼 있던 리스크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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