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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이 '콘텐츠'가 된 세상, 부끄러움 대신 치유를 말하는 용기[SE★초점]

/사진제공=MBC ‘라디오스타’/사진제공=MBC ‘라디오스타’



“여자 서장훈처럼 이쪽의 아이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최근 김새롬이 MBC ‘라디오스타’에 나와 솔직하게 털어놓은 말이다. 4년 전 싱글이 된 김새롬은 아직도 이혼 키워드가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면 따라붙는 만큼 묻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며, 이와 같은 포부를 밝혔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결혼반지를 녹여 펜던트를 만든 사실에 대해서도 “잘 극복하고 싶었다”고 말해 응원을 받았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혼을 택한 연예인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간 많은 연예인들이 이혼을 발표했지만, 스스로 이혼 관련 이야기를 언급하는 것은 조심스러워 했다. 편견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화려하게만 보이던 그들이 먼저 나서 이혼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자 공감을 얻는 동시에 사회적 편견을 깨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연예인들이 보여주는 이혼 후 삶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김새롬처럼 ‘쿨한 이별 극복기’를 보여주는 연예인도 있는 반면, 현실의 힘듦을 솔직하게 털어놔 응원을 구한 인물도 있다. 팝 아티스트 낸시랭은 SBS 플러스 ‘언니한텐 말해도 돼’에 출연해 이혼 후 근황을 전했다. 그는 “집안이 늘 엉망진창”이라며 “혼자 어떻게 잘 살 수 있을까 싶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그에게 “혼자 힘으로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성인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등 현실적인 조언을 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사진제공=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8화 화면 캡처/사진제공=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8화 화면 캡처


이혼이 방송에서 편하게 다뤄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이혼 커플의 삶을 재조명하는 콘텐츠도 인기를 얻고 있다.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는 이혼한 커플이 다시 만나 한 집에서 며칠간 생활해보며 이혼적 거리두기를 통해 부부 관계를 새롭게 조명해 본다는 취지를 밝히며 출발했다. 프로그램은 종편임에도 8%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매회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성공의 비결은 솔직함이다. 출연 소식부터 화제가 된 ‘1호 커플’ 선우은숙과 이영하는 이혼하게 된 계기와 사연, 그동안 쌓아왔던 감정을 방송에서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2호 커플’인 최고기와 유깻잎은 ‘집안 갈등’이 원인이었음을 암시하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들 커플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갈등으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 이를 극복하려는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을 공감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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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연예인들이 이혼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이유는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혼은 더 이상 남의 일도, 흠도 아니기 때문. 실제로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이혼 건수는 11만800건으로 전년에 비해 2.0% 증가했다.

매해 이혼율이 증가하고, 이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연예인들이 솔직하게 보여주는 이혼 스토리에는 꾸준한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들의 이야기가 단순히 가십성으로 소비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단순히 ‘이혼해도 괜찮다’는 시선을 넘어 이혼으로 겪을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 시청자에게도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전달하는 과정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어야 할 시점이다.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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