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 하만 인수 후 대규모 M&A 끊겨…"자칫 반도체 초격차도 흔들"

[사법 리스크에 갇힌 삼성]

SK하이닉스, 인텔 낸드사업 품고

TSMC는 '5나노' 파운드리 공장

경쟁사들 포스트 코로나 대비 총력

삼성, 檢 수사 등에 투자여력 훼손

글로벌 생존경쟁서 뒤처질 우려

미래차 등 韓 혁신성장에도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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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005930)는 지난 2018년 향후 3년간 180조 원 투자 계획을 밝히며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바이오,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주력 사업이자 세계 1등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 TV, 스마트폰을 이을 신사업으로 이들 분야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다른 글로벌 기업들 역시 미래 준비에 사활을 걸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신성장 동력 육성에 소홀했다가는 글로벌 기업이라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들 신사업 분야에서 최근 눈에 띄는 인수합병(M&A) 및 투자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이후 삼성 등 대기업이 신성장 동력을 키우고 육성해야 한국 경제가 다시 반등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며 “삼성이 수사와 재판 등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히면 미래 신산업에 투자할 기회와 M&A 여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의 대규모 M&A는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기 직전인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 업체 하만을 80억 달러에 인수한 뒤 명맥이 끊겼다. 대규모 투자 계획도 2018년 향후 3년간 180조 원 투자와 2019년 향후 10년간 시스템 반도체 133조 원 투자 발표 이후 주춤한 상태다. 특히 자칫하면 삼성전자의 주력인 반도체 사업이 생존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SK하이닉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지난해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의 낸드 사업을 9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사업을 품에 안으면 시장 점유율이 20% 수준으로 뛰어올라 삼성전자에 이어 단숨에 2위권으로 부상한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도 삼성전자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공세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TSMC는 지난해 120억 달러(약 14조 7,800억 원)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에 5나노미터 공정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도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확장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전장 분야에서는 LG전자가 먼저 승부수를 던졌다. LG전자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인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과 총 1조 원을 들여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합작 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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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한 관계자는 “SK와 LG 총수들이 M&A 및 합작 법인 설립을 통해 적극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삼성은 오너 경영자의 결단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 및 M&A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이 대규모 투자 및 M&A 시장에서 존재감을 잃은 것은 4년 넘게 이어진 사법 리스크의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삼성이 장기화하는 리더십 공백 때문에 인텔처럼 점진적인 하락세에 처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6년 11월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후 4년 넘게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검찰에 10차례나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구속영장 실질 심사도 3번 받았다. 특검에 기소된 뒤 재판에도 80여 차례 이상 출석해야 했다.

삼성의 대규모 시설 및 연구개발(R&D) 투자, 글로벌 M&A가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히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신사업 육성 정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이달 8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혁신 성장 BIG3 추진 회의’를 열어 시스템 반도체와 바이오·미래차 등 신사업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가 점찍은 3대 신사업은 모두 삼성과 관련이 있다. 우선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133조 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의 바이오 사업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매출이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등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래차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와 자회사 하만이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1’에서 차량 내 멀티 디스플레이인 ‘디지털 콕핏 2021’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 경제 단체 관계자는 “삼성의 사법 리스크가 이어질 경우 시스템 반도체, 바이오 등 삼성이 주축이 돼 진행되는 범국가적인 미래 성장 동력 육성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재용·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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