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042670)가 최대 1조원의 부담을 질 수 있었던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소송에서 승소했다. 당장 1조원의 부담을 덜은 만큼 인프라코어 매각 등을 포함한 3조원 규모의 자구안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진 상황. 다만 대법원이 두산 측이 실사 협조 의무를 위반했다는 소송의 취지는 인정하면서 ‘절반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소송에서 패소한 DICC의 외부 투자자가 곧바로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할 경우 인프라코어 매각도 꼬이게 된다.
14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4일 미래에셋자산운용·하나금융투자·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 DICC의 재무적 투자자(FI)가 두산인프라코어를 상대로 낸 주식 매매대금 청구 소송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원고(FI)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15년 11월 소송이 시작된 지 약 5년 2개월 만이다.
인프라코어는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지난 2011년 DICC에 외부 투자금 3,800억원을 유치했다. 당시 계약서에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증권거래소 상장 요건을 충족하는 범위 내에서 기업공개를 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기로 한다는 의무 조항과 기업공개 불발시 주주가 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약정이 담겼다. 이에 대응해 두산 측은 우선매수권(콜옵션)을 확보해둔 바 있다.
문제는 상장에 실패한 뒤 외부 투자자가 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했지만 두산 측이 이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매각이 불발됐다는 것이다. 이후 외부 투자자는 두산이 실사에 협조하지 않는 방식으로 매각을 방해했고, 이 때문에 두산 측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주식 매매대금 지급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두산, 2심은 외부 투자자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인프라코어가 매각을 방해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투자자들이 투자금 회수 방안을 확보하기 위해 ‘동반매도요구권’ 조항을 약정한 경우 계약 당사자들은 상호 간에 협조 의무를 부담한다”면서도 “협조 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정만으로 민법상 ‘신의성실에 반하는 방해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두산이 승소를 하긴 했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두산 측이 실사 협조 의무를 위반한 것은 맞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기 때문. 더욱이 외부 투자자는 여전히 동반매도청구권이라는 카드를 손에 쥐고 있다. 외부투자자가 이를 행사할 경우 DICC가 제3자에게 매각될 수 있고, 결국 인프라코어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두산 측이 외부투자자 지분 20%를 되사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두산 측은 일단 인프라코어 매각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두산은 이달 말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과 인프라코어 주식매매계약(SPA) 을 체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