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4·4분기 ELS 발행 금액은 10조 6,400억 원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마진콜 사태로 발행액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던 3·4분기 8조 1,600억 원에 비해 30.4% 증가했지만 1·4분기 발행액인 17조 5,800억 원보다는 40% 급감한 수치다.
반면 상환액은 22조 3,000억 원으로 3·4분기 11조 7,000억 원보다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증시 하락으로 상환이 되지 않았던 2·4분기를 제외하면 사상 최고 수준의 상환을 기록한 지난해 1·4분기(16조 8,940억 원) 보다도 큰 금액이다. 이에 따라 ELS의 시장 규모에 해당하는 발행 잔액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ELS 발행 잔액은 7월 말보다 15조 4,200억 원 줄었다. 발행 잔액 추정치로는 2014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직접투자에 나서기 위해 ELS에 묻어뒀던 돈을 조기 상환한 투자자가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보통 만기가 3년인 ELS는 상품에 따라 4개월이나 6개월, 1년 단위로 조기 상환이 가능하다.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주식 투자의 기대 수익률은 늘어난 반면 증시 지수 및 종목을 기초 지수로 삼아 만드는 파생 상품의 일종인 ELS는 리스크는 커지고 기대 수익률은 낮아지자 자연히 투자 심리는 직접투자로 쏠리고 있다. 연초 4% 내외였던 코스피 200 지수 관련 ELS의 평균 쿠폰 수익률은 코로나19에 따른 증시 급락에 마진콜 사태가 빚어졌던 지난해 4월과 5월 7%까지 급등했다가 12월 말에는 2%대로 하락했다.
여기에 지난해 7월 도입된 발행 규제 역시 시장 축소의 결과를 낳고 있다. 당시 금융위는 증권사들의 과도한 ELS 발행을 막는다는 목표 아래 ELS와 DLS의 발행 잔액이 발행사 자기자본의 50%보다 큰 경우에는 레버리지 비율에 파생결합증권의 부채 금액 반영 비율을 내년까지 최대 두 배로 높이는 규제안을 내놨다. 대책 이후 ELS 판매가 많았던 삼성증권과 KB증권·한국투자증권 등은 7월 말 대비 12월 말 ELS 발행잔액을 54%, 73%, 58% 등으로 줄였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조기 상환 증가에도 불구하고 재투자 시 기준 가격이 높아지고 쿠폰 수익률은 낮아지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지난해 7월에 발표된 파생결합증권 시장 건전화 방안으로 대형사들 중심으로 ELS 발행 잔액 축소 움직임도 확인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