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장수 국무총리 기록을 세우며 화려하게 여의도에 복귀한 지 1년 만에 최대 난관에 봉착했다. 이 대표가 대권주자 선호도에서 상당한 격차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밀리자 일부에서는 총리 출신은 대권 도전에 성공하지 못한다는 ‘총리 징크스’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표는 이해찬 전 대표와 함께 4·15 총선 승리를 이끈 뒤 압도적인 대세론 속에 지난해 8월 당 대표에 취임, 중앙 정치 전면에 섰다. 그는 총리 시절 ‘사이다 발언’ 등으로 호평을 받으며 대권주자 선호도 1위를 질주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첫 역전을 당하며 양강 구도를 허용한 뒤 최근들어선 상당한 격차로 이 지사에게 밀리고 있다.
총리 출신의 안정적인 관리형 이미지가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강하고 개성적인 모습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 총리 출신의 한계점으로 꼽힌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필 전 총리는 박정희, 김대중 정부에서 권력의 정점에 있었지만 결국 ‘영원한 2인자’로 생을 마감했고, 판사 출신인 이회창 전 총리는 ‘대쪽’ 이미지로 유력 주자로 부상했으나 세 차례의 도전에도 대권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관료 출신인 고건 전 총리나 교수 출신인 정운찬 전 총리도 2인자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야권의 유력 주자였던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도 총선 참패와 함께 차기 대권 레이스에서 사실상 탈락했다.
이 대표 지지율은 한국갤럽 기준 지난해 6월 28%에서 이달 10%까지 떨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과 함께 하락하다가 연초 사면론 제기가 직격탄으로 돌아온 형국이다.
장점으로 꼽혔던 합리적이고 균형감 있는 중도실용 이미지도 진보 진영이 원하는 개혁과 대야 강공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퇴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때 이 대표가 먼저 ‘윤석열 국정조사’를 언급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대표는 50여 일 남은 임기 동안 이익공유제, 신복지체계 등 ‘이낙연표 정책 브랜드’를 구축하며 반전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4월 재보선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 대표 측은 “사면론에 실망한 여론을 수습하며 본선 경쟁력을 입증해 보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존재감 부각에 나선 정세균 총리도 ‘총리 징크스’를 극복할지 주목된다. 성공한 기업인 출신이라는 것이 차별점이지만, 일단 3% 정도에 머무르는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