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기업

정권 말 공기업 사장·감사 대거 물갈이...낙하산 쏟아지나

올해 LH·한수원 등 기관장 자리 58%가 공석·임기만료

'낙하산 보직' 공공기관 상임감사도 절반 넘게 교체 예고

또 다시 여권 인사들 줄줄이 진출하면 방만경영 가능성




공기업 사장의 절반 이상이 올해 상반기 대거 교체될 뿐 아니라 상임감사 역시 물갈이를 앞둬 정권 5년 차에 대대적인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과 관계 부처에서는 공기업 사장뿐 아니라 감사까지 정권과의 친소 관계에 따라 코드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하며 정권 말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이 극에 달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17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공공기관 43곳 중 24곳(55.8%)의 감사가 공석이거나 올 상반기 임기 만료를 맞는다. 그랜드코리아레저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한국주택금융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은 이달 들어 이미 신임 감사 공모에 들어갔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권자인 일부 기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공기관 상임감사의 인사권은 청와대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근절’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지만 감사의 상당수는 이미 친정권 인사들로 채워졌다. 그랜드코리아레저(노무현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 행정관), 한국남부발전(노무현 정부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 등은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출신이, 대한석탄공사(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와 예금보험공사(민주당 정책위 정책실장), 한국공항공사(민주연구원 운영기획실장) 등은 당 출신들이 자리를 잡았다.

국회 보좌관이나 정책기획위원회 등 대통령 직속 위원회 출신 인사들도 적지 않다. 한국마사회는 정책기획위원회 출신을, 한국전력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 출신을 상임감사로 두고 있다. 한국가스기술공사와 한국동서발전 감사는 여당 국회의원의 보좌관을 지냈다.


공공기관 감사는 정권의 ‘보은 인사’가 대놓고 이뤄져 이번에도 낙하산 부대가 투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1억 원이 넘는 높은 연봉과 전용차, 업무 추진비까지 대우는 좋지만 주목도가 떨어져 업무 부담이 덜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캠코더(대선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이 공공기관에 대거 자리 잡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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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올해 전체 공공기관 340곳 중 197곳(57.9%)의 기관장이 공석 혹은 임기 만료로 교체된다. 탈원전 등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와 관련된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사장 인사가 최대 관심사다. 연결 기준 자산이 200조 원을 넘는데다 전기 요금 등 국민의 관심도가 높은 이슈를 다루는 한전 사장의 임기는 오는 4월 12일 만료된다. 하지만 김종갑 한전 사장이 전기요금제 개편안 등 이슈를 비교적 무난하게 처리하면서 연임돼 1년 더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월성 원전 방사성 물질 유출과 관련해 여당 지도부와 각을 세운 정재훈 한수원 사장도 4월 4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정 사장이 최근 월성 원전의 삼중수소 유출 의혹에 대해 이낙연 민주당 대표 등 여권의 공세와 다른 각도에서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탈원전 논란을 그만큼 적극적으로 수습한 인사도 없다는 평가가 적지 않아 연임 여부가 관심이다.

남동·동서·중부발전(2월 12일)과 서부·남부발전(3월 7일), 석유공사(3월 21일) 사장도 상반기에 임기가 끝난다. 동서발전 사장으로 관료 출신 인사가 임명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다른 발전사 4곳의 신임 사장은 한전 및 내부 출신 인사의 임명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부채가 약 20조 원에 이르는 석유공사는 양수영 사장의 1년 연임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번 공공기관장 인사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난해 4·15 총선에서 낙선했거나 정권 초에 자리를 얻지 못한 여권 인사들이 대거 진출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2월 18일 임기가 만료되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공모에는 김춘진 전 민주당 의원과 문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인 유병만 전 정책위 부의장 등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는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이끄는 주범으로 꼽혀왔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청년 채용 확대, 탈원전 정책 등 각종 정부 정책 사업에 공기업들이 동원되면서 ‘숨은 빚’으로 불리는 공기업 부채도 급증하고 있다. 한전·LH 등 167개 비금융 공기업의 부채를 합산한 공공 부문 부채(D3)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100조 원을 넘어섰다.
/세종=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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