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폭스콘




애플 아이폰 수탁 생산 업체로 잘 알려진 대만의 폭스콘은 지난해 10월 16일 세계 자동차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킬 빅뉴스를 발표했다. 오는 2025년까지 자사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 300만 대가 도로에 굴러다니게 해 세계 전기차 시장의 10%를 장악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세계 최대 전자 제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로만 알려졌던 폭스콘이 지난해 1월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지 9개월 만에 구체적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경쟁사들은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산업의 융합이 새로운 궤도에 진입했다며 긴장감을 드러냈다.


폭스콘의 전신은 궈타이밍이 지난 1974년 직원 10명과 함께 설립한 ‘훙하이플라스틱’이다. 당시만 해도 텔레비전에 쓰이는 플라스틱을 납품하는 조그만 회사였다. 하지만 1988년 ‘폭스콘’이라는 명칭으로 중국 본토 투자에 나서며 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특히 폭스콘의 성장세를 지켜본 애플과 HP·델 등이 OEM 제작을 맡긴 후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손꼽히는 기업으로 부상했다. 2007년에는 경제 전문지 포춘의 ‘100대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6년 4월에는 일본 전자 업체 샤프를 인수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는 일본의 전자 대기업 지배권이 외국에 넘어간 첫 사례였다. 내친김에 그해 말 마이크로소프트(MS) 모바일 사업부를 품에 안은 폭스콘은 이듬해는 일본 도시바의 메모리 반도체 인수를 시도하기도 했다. 지금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 TSMC와 함께 대만의 양대 IT 업체로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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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에서 자동차로 영역 확대 전략을 펼쳐온 폭스콘이 중국 토종 자동차 업체 ‘지리’와 손잡고 전기차 주문 제작 합작사를 설립하는 내용의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일부 완성차 업체가 스타트업 주문을 받아 제품을 대신 만들어준 적은 있지만 전기차 OEM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설립되는 것은 처음이다. 미래 전기차 시장이 춘추전국시대에 들어설 것임을 보여준다. 자동차와 정보통신기술(ICT) 간 전방위 짝짓기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현대자동차와 LG전자 등이 기술 개발과 합작회사 설립 등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해야 할 정부는 갖은 규제로 발목만 잡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김영기 논설위원

김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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