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공개(IPO)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LG에너지솔루션 주관사 경쟁에서 NH투자증권(005940)이 제외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외 증시를 기준으로 봐도 초대형 기업의 상장을 업계 1위 증권사에 맡기지 않은 점이 의아하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대형사가 빠진 자리에는 외국계와 중형 증권사가 각축전을 벌이면서 올해 증권사 순위 경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전날에 이어 이틀간 상장 주관사 후보를 대상으로 비대면 설명회를 열었으나 NH투자증권은 참여하지 않았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이 12일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입찰 제안 요청서를 보낼 때도 NH투자증권은 명단에 없었다.
NH투자증권은 주요 증권사 중 IPO 주관 실적 기준 1위권에 든다. 업계는 대형사인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가 LG화학(051910)과 소송 중인 SK 아이이테크놀로지 상장 주관사로 선정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NH투자증권이 유력하다고 예상해왔다.
NH투자증권은 과거 LG투자증권이 모태로 현재도 당시 입사한 인물이 IB 부서의 주요 업무를 맡고 있다. 이 같은 인연으로 NH투자증권은 LG그룹을 수년간 자본시장과 연결하는 조력자였다.
과거 LG그룹은 가장 민감한 문제인 지배 구조 개편을 위해 지주회사를 도입하면서 NH투자증권의 도움을 받았다. 장외시장에서 대규모 지분을 처분하는 블록딜에서도 NH투자증권은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 손발을 맞춘 바 있다. 지금도 회사채 시장에서 NH투자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의 모 회사인 LG화학을 비롯해 LG그룹의 회사채 발행 주관을 5년 넘게 가장 많이 맡고 있다. 에너지솔루션은 NH투자증권이 직접 투자한 파크원에 입주하기도 했다.
최근까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양사지만 크게 두 가지 사건이 신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NH투자증권은 사기로 판명된 옵티머스 펀드의 판매사다. 구본식 LT그룹 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 등 범LG가(家) 인물들이 NH투자증권을 통해 펀드에 가입했다가 손실을 입었다.
NH금융그룹 계열 자산운용사인 NH아문디가 LG화학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분할할 때 찬성하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시 다른 자산운용사는 찬성했고 국민연금은 반대했는데 NH아문디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LG그룹 입장에서는 사실상 반대에 힘을 실었다고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반면 상장 주관사 선정 초기 단계인 만큼 NH투자증권이 최종 선정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전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기준으로 워낙 대형 상장이기 때문에 국내외 기관 투자가를 다수 유치하고 공모 과정에서 실수가 없으려면 대형증권사가 여러 곳 필요하다”면서 “현재까지 후보군만 갖고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까지 설명회에는 KB증권·신한금융투자·대신증권 등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 등이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 가치는 현대 50조~60조 원이 거론되지만 이날 일부 증권사는 100조 원까지 제시했으며 최대 20조 원의 자금 모집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르면 다음 주 주관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임세원·김민석 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