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백악관 집무실을 들락날락했던 윈스턴 처칠 영국 전 총리의 흉상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철거됐다고 미국 CNN 방송이 2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에는 처칠 흉상 대신 마틴 루터킹 목사, 시민운동가 로사 파크스, 멕시코계 노동운동가 세사르 차베스, 여성 사회운동가 엘리너 루스벨트, 정치가 로버트 케네디의 흉상이 들어섰다.
백악관의 처칠 흉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취임한 후부터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직전이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는 백악관에 보관돼 있던 처칠 흉상이 파손돼 복원작업에 들어가자 우호의 상징으로 똑같은 흉상을 선물했다.
부시 대통령은 임기 동안 이를 백악관 집무실에 뒀다가 퇴임하면서 영국 정부에 돌려줬다.
정권을 이어받은 오바마 전 대통령은 복원이 완료된 처칠 흉상을 집무실이 아닌 개인 서재로 사용하는 방 ‘트리티 룸’ 바깥에 뒀다. 대신 오바마 대통령의 집무실에는 킹 목사의 흉상이 설치됐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이 제국주의 시절 영국 식민지였던 케냐 출신 할아버지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처칠 흉상을 집무실에 두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왔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 보수 정치인들 사이에서 미-영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현재 영국 총리인 보리스 존슨 당시 런던 시장도 나서 이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하면서 처칠 흉상은 다시 집무실로 복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이끈 처칠 전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 미국을 이끈 자신과 비슷하다고 말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철거된 처칠 흉상과 관련해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이날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은 대통령의 사적 공간으로,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꾸미는 곳”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영국-미국 관계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