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기업공개(IPO)를 예상보다 더 속도를 내는 것은 그룹 차원의 사업 재편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휴대폰 사업을 떼어내고 종합 전장 회사로의 전환을 꾀하면서 전지 사업을 담당할 LG에너지솔루션의 자금조달이 시급해졌다. 분할 전 LG화학(051910)의 연간 투자 추이는 지난 2017년 2조 4,000억원에서 2018년 4조 3,000억원, 2019년 6조 5,000억원으로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24년까지 매출 30조 원이라는 청사진을 내놓은 LG에너지솔루션이 회사채 등 차입금만으로는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다. 최근에는 르노와 손을 잡고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짓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우호적인 IPO 시장 분위기도 상장 일정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주식 매수를 위한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70조 원 수준으로 2019년 말 27조 3,000억 원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IPO 관계자들은 LG에너지솔루션이 자금 조달에 나설 최적의 시기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기업가치가 최대 100조 원, 공모 금액이 10조 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풍부한 시장 유동성 없이는 공모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이후 코스피 시가총액 2~3위 회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관사 자리를 두고 증권사들의 셈법과 경쟁도 복잡해졌다. 패스트트랙 제도를 통해 상장하는 방안을 LG에너지솔루션 측에 설명한 증권사도 있으며 일부는 카카오뱅크 등 다른 IPO 대어와 상장 시기가 겹치지 않도록 상장 일정을 10월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사 대표들도 직접 일정을 챙기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유력 후보로 꼽히는 증권사는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 한 IB 관계자는 “비밀 유지 각서로 자세한 말은 할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결과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각 증권사 대표들은 LG에너지솔루션 PT에 참석할 명단 등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보고받고 챙겼다.
주관사 입찰 제안 요청서(RFP)를 받지 못한 NH투자증권(005940)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상장 주관사에 선정되기 위한 경쟁을 계속할 것이란 입장이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우리가 (LG에너지솔루션) 딜을 놓을 수 있겠냐”며 “마지막까지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일정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임세원기자 se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