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 업체인 IS동서 측이 금호석유(011780)화학 주식 약 1,000억 원어치를 단기간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IS동서 측은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경영권 분쟁을 노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IS동서 오너는 한진그룹 경영권을 공격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의 동생 권혁운 회장이다.
25일 재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S동서 측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약 5개월간 금호석화 주식을 매입했다. IS동서 법인은 직접 매입하지 않았고, 오너인 권혁운 회장의 아들 권민석 대표이사가 개인 명의로 수십억 원어치 지분을 직접 매입했다. 또 임원진 일부가 주식 매입에 동참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모펀드(PEF) 등도 우호 세력으로 지분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IS동서 측이 확보한 지분율은 지분 대량 보유 공시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 3~4%로 전해졌다. 금호석화는 최근 자사 주주 명부를 확보해 IS동서의 지분 보유 내역을 인지했다. 금호석화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언급할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IS동서의 금호석화 지분 매입 방식은 ‘형제 기업’인 반도건설이 과거 한진그룹을 공격할 때와 유사하다. 특정 기업의 주식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대량 매입했고 일부 임원진과 우호 세력도 동원됐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금호석화의 유통 주식 수는 2,487만 주(보통주)로 이 중 3~4%는 1,000억 원 안팎에 달한다.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 일가의 취약한 지배력도 경영권 공격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호석화는 박 회장(6.7%)과 아들 박준경(7.2%) 전무, 그리고 박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10%) 상무가 주요 주주로 있다. 외형상 박 회장 일가가 24%의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조카이자 개인 최대주주인 박 상무 보유분을 빼면 지배력이 14%로 확 떨어진다.
개인 최대주주인 박 상무는 박 회장의 형인 고(故)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지난해 박 회장 아들인 박 전무는 승진했지만 박 전무와 사촌이자 동갑내기인 박 상무는 승진 대상에서 제외됐다. 최근 그룹 내부적으로는 박 상무에게 계열사인 금호피앤비화학을 넘기고 계열 분리하는 방안까지 검토됐던 것으로 파악된다. 금호석화 측은 “계열 분리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사촌 간 ‘동거’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IS동서가 박 상무 측과 물밑 교감 아래 금호석화 지분 매입에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재영 강도원 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