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에조공화국

1869년 일본사 유일 공화국 성립

1869년 5월 치러진 하코다테 해전. 일본사 유일한 공화국인 에조공화국은 이 해전에서 패한 뒤 백기를 들었다. /위키피디아1869년 5월 치러진 하코다테 해전. 일본사 유일한 공화국인 에조공화국은 이 해전에서 패한 뒤 백기를 들었다. /위키피디아






만세일계(萬世一系). 일본 왕의 혈통이 2,681년 동안 단절 없이 이어져 왔다는 주장이다. 진실일까. 한국과 중국의 학계는 7세기 신라의 삼국 통일 직후 한반도와 결별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징 조작으로 간주한다. 허구에 가깝지만 일본의 주류 세력은 사실 여부를 떠나 ‘천황의 존재’를 ‘국체(國體·국가의 기본)’로 여긴다. 일본인조차 기억 못하던 만세일계는 근대화 과정에서 다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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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유신의 왕실 측 권신인 이와쿠라 도모미가 언급한 후 국가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았다. 쇼군(將軍)에게 실권을 빼앗기고 백성들은 존재마저 잊었던 덴노의 존재를 신격화하는 장치가 만세일계였다. 역사적으로도 만세일계의 허구가 증빙된다. 백제계 혈통이 섞이고 남조와 북조가 정통성을 주장하며 56년간(1336~1392년) 대립한 적도 있다. 근대화 과정에서는 홋카이도에 공화국이 세워져 덴노를 모시는 신정부군과 전쟁까지 벌였다.

1869년 1월 27일 성립돼 6월 27일까지 5개월로 단명한 에조공화국(蝦夷共和國)은 일본사에서 유일한 공화국이다. 존속 기간과 규모, 영향력을 감안할 때 과연 국가로 간주할 수 있느냐는 논란은 있으나 무사들의 선거를 통해 정권이 수립되고 대내외 행정을 펼친 점은 분명하다. 에조공화국의 성립 배경은 보신전쟁(戊辰戰爭). 서부의 웅번(雄藩)들이 존왕양이를 부르짖으며 265년 동안 일본을 지배한 도쿠가와 가문의 에도 막부와 싸운 보신전쟁 와중에서 태어났다.

근대식 함정이 많았던 막부군의 일부는 15대 쇼군 요시노부가 맥없이 물러나자 9척의 함정을 몰고 홋카이도로 탈출, 신정부군과 최후의 승부를 별렀다. 막부군 고문을 맡았던 프랑스군 장교들도 항전 대열에 끼었다. 톰 크루즈가 미군 퇴역 대위 역을 맡은 2003년 개봉작 ‘라스트 사무라이’의 실존 모델인 쥘 브뤼네 프랑스 육군 대위도 승리를 호언장담할 만큼 전력이 만만치 않았으나 점점 밀렸다. 브뤼네가 조직하고 프랑스 하사관들이 교육을 담당한 신편 4개 여단마저 속절없이 깨졌다.

믿었던 해전에서도 패전하자 중립을 표방하던 영국과 프랑스는 신정부군 편을 들며 무기류 공급을 끊었다. 전황이 불리해지고 재정 기반이 더욱 취약해지며 에조공화국은 무리수를 뒀다. 전쟁 자금을 모으려 통행세를 늘리고 매춘부까지 세금을 매긴 후부터 처음에는 호의적이던 원주민마저 돌아섰다. 결국 에조공화국은 항복하고 내전인 보신전쟁도 막을 내렸다. 애니메이션 ‘신센구미’ 정도만 기억에 남은 에조공화국은 일본 역사 서술의 특징을 대변한다. 은폐와 날조. /권홍우 선임기자 hongw@sedaily.com


김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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