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習의 文 끌어안기'에 스텝 꼬인 韓…"美와 동맹 확실히 굳혀야"

[中, 거세지는 한미동맹 흔들기-한미중 외교 어디로 가나]

習, 美보다 먼저 손 내밀고

文이 원하는 대북정책 지원

한한령 해제 등 당근 제시

美에 '부정적 메시지' 우려

우리정부 외교 중심 잡아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로 한중일 외교가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 주석.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로 한중일 외교가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 주석.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새해 첫 통화를 나눈 가운데 우리 정부가 중국의 의도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한중 정상이 모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는 아직 취임 첫 통화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북 문제와 경제협력을 빌미로 우호를 다진 내용을 대대적으로 공표한 것 자체가 동맹을 우선시하는 미국 새 행정부에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미중 갈등 속에서 한미 동맹에 기초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시 주석 방한 조기 추진 등 중국이 미국 견제를 위해 던진 당근책을 덥썩 물 경우 자칫 한미 관계와 남북·북미 관계까지 연쇄적으로 불안해질 수 있다는 진단이었다.



27일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통화 내용을 두고 정상 간 통화 자체가 중국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높게 봤다. 바이든 정부 출범 직후 중국이 한국을 간접적으로 압박하려는 목적이 엿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시 주석은 문 대통령과 통화하기 하루 전인 25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화상 연설에서 “작은 파벌을 만들거나 새로운 냉전을 시작하고, 다른 이들을 거부하고, 위협하는 건 세상을 분열로 몰아넣을 뿐”이라며 미국과 반중 전선에 동참하는 나라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시 주석이 문 대통령에게 경제와 대북 문제를 집중 거론한 부분을 예민하게 평가했다. 중국이 문재인 정부의 대중 외교를 바라보며 이 두 분야를 가장 약한 고리로 판단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었다. 시 주석의 발언 중에는 미국을 견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내용도 곳곳에 포함된 것으로 해석됐다.



경제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의 조속한 마무리를 비롯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문제까지 언급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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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은 CPTPP 가입 문제를 두고 “한국과 소통해나갈 것”이라고 제안했는데 정작 이 협의체를 주도하는 일본은 중국의 가입에 부정적인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CPTPP 복귀 가능성을 시사하자 함께 가입을 추진하는 한국을 지렛대 삼아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되는 대목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바이든 정부는 한국 정부가 대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전략을 분명히 하고 민주주의 동맹 간 연대에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며 “한중 간 문화 교류를 강화하는 것 자체가 한미 동맹에 반하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주의 가치, 동맹의 가치, 안보의 원칙 관점에서 미국과 함께 공조하면서 그 틀을 해치는 않는 범위 내에서 교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만 “시 주석이 CPTPP 가입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이미 있었고 다자주의 회복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도 가입을 검토한다고 밝힌 상태에서 언급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발언도 묘한 해석을 낳았다. 청와대에 따르면 시 주석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비핵화 실현은 공동의 이익에 부합한다. 중국은 문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며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는데, 현재 바이든 대통령은 기존 정부의 대북 전략을 모두 바꾸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이날 취임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 19일(현지 시각) 상원 인사 청문회에서 “북한에 대한 접근법과 정책 전반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무엇보다 시 주석 방한 문제는 양국 경제 문제를 넘어 한미 관계까지 흔들 ‘태풍의 눈’으로 지목됐다. 시 주석과 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대로 시 주석의 방한을 성사시키겠다고 약속했는데, 외교가에서는 그 시기를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7월 1일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 사이로 예상했다. 현재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조치 이후 암묵적으로 남아 있는 ‘한한령(限韓令)’의 공식 해제는 시 주석의 방한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만약 시 주석 방한이 한미 정상회담보다 앞당겨 성사될 경우 이는 한미 관계에 악영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미 동맹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중을 상대로 한 우리 외교가 전략적 탐색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코로나19, 국내 여론 통합, 다른 대외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한 바이든 정부가 대북 전략을 구체화하기도 전에 무리하게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우리 의견을 개진했다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시 주석이 바이든에 앞서 문 대통령과 통화한 것은 중국의 압박 혹은 구애라고 볼 수도 있다”며 “한중 문화 교류는 한한령 해제로 이어질 수도 있는 반면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대한 견제도 들어 있어 그 간극에 대한 정확한 식별부터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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