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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발자취 따라…음악 예능 '리스펙트'를 틀다

'아카이브K''싱어게인…''미쓰백'

무명·과거가수 등 존경 담아 조명

흥밋거리·경쟁보다 무대에 집중

시청자 공감 끌어내며 인기몰이





음악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음악 혹은 뮤지션이 존중 받지 못한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레퍼토리가 아니다. 오디션에서 치열한 경쟁 유발의 소재로 삼거나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한 단순한 흥밋거리로 치부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런데 요즘 음악 예능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대중적 인기에 가려 음악성이 저평가되던 장르에 대한 진지한 조명을 시도하고, 서바이벌 오디션이지만 경쟁을 부추기거나 억지 스토리를 담기보다는 무대 자체에 집중하는 등 음악과 음악인에 대한 ‘리스펙트(Respect·존중)’을 담은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SBS ‘전설의무대-아카이브K’의 한 장면. /사진제공=SBSSBS ‘전설의무대-아카이브K’의 한 장면. /사진제공=SBS


지난 3일부터 총 10부작으로 방영 중인 SBS ‘전설의 무대-아카이브K’는 발라드·댄스·인디뮤직·동아기획·K팝 등의 키워드로 한국 대중음악을 되짚는다. 과거의 전설적 뮤지션들이 출연해 이야기와 공연을 나누는 콘셉트인데, 특히 발라드·댄스 등 그 동안 음악성 측면에서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장르 음악을 진지하게 재조명하는 시도가 돋보인다. 90년대의 대표 작사가인 박주연을 인터뷰하며 그의 작사 방법론을 집중적으로 설명하고, 고(故) 이영훈·유재하 등의 명곡을 후배 가수들이 부르며 존경을 표하기도 한다. 이른바 ‘한국형 뽕발라드’나 OST 곡들의 음악적 의미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간다.

댄스 장르에서는 90년대 나이트클럽 DJ들의 대중적 감각이 당시 댄스 음악 전성기를 여는 데 기여했다는 점을 되짚고, 클럽에서 한 번이라도 노래가 더 나오게 하기 위한 프로듀서들의 음악적 고민을 부각하기도 한다. 오늘날 힙합 등 흑인 음악이 엄청난 대중적 저변을 확보하기까지는 80·90년대 이태원 클럽 ‘문나이트’ 출신의 현진영, 이현도 등 뮤지션들의 공로가 있었음을 소개한다. 연출을 맡은 김영욱 PD는 “지나간 음악들을 ‘추억팔이’ 이상으로 다루고자 했다”며 “과거의 음악들에 대한 인정은 젊은 시절 그것을 들으며 뜨겁게 살았던 분들에게 자신의 지난날에 대한 인정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사진=JTBC ‘싱어게인-무명가수전’ 방송화면/사진=JTBC ‘싱어게인-무명가수전’ 방송화면



JTBC·디스커버리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무명가수전’은 경연 참가자들에 대한 존중이 호평을 끌어내고 있다. 시청률도 지난 25일 방영분이 9.4%(닐슨코리아 집계)로 동시간대 프로그램 중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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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프로그램 내내 참가자들의 과거 이력 등의 이야깃거리에 관심을 두는 대신 경연 무대와 이에 임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에 집중한다. 준결승까지 참가자들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참가자들의 뒷이야기는 온라인 콘텐츠로 갈음했다. 참가자들 간의 관계에서도 경쟁보다는 무명 시절을 겪은 동질감과 협력의 정서가 강하게 작용한다. 직전 라운드에서 듀엣 미션으로 협력한 이들끼리 경쟁시키는 규칙이 만들어지자 30호 가수는 “심사위원을 패배자로 만들어야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심사위원들도 평가자라기 보다는 참가자를 응원하는 입장에서 심사 평을 내고 무대를 즐긴다는 인상을 준다. 과거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과도하게 고압적 태도와 독설로 가득했던 것과 대조된다. 김종진, 유희열, 김이나 등 베테랑 뮤지션과 규현, 선미, 송민호 등 젊은 뮤지션들은 서로 다른 평가를 내리면서도 참가자와 심사위원 모두 존중한다는 흐름은 잊지 않는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가수로서 정체성이 명확하지만 시장의 잘못된 독점적 질서로 인해 대접 받지 못하는 아티스트를 리스펙트하면서 ‘이름을 찾아주겠다’는 취지는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을 뒤집는 것”이라고 평했다.

/사진제공=MBN ‘미쓰백’/사진제공=MBN ‘미쓰백’


지난 26일 종영한 MBN ‘미쓰백’도 걸그룹 출신 여성 가수 7명이 가수 백지영, 작곡가 윤일상 등 멘토들과 손잡고 무대에 재도전하면서 경쟁이 난무한 K팝 시장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음악성을 재조명받는 컨셉트로 눈길을 끌었다. 탈락자도, 최종 우승자도 없이 미션별로 트랙 가창자를 뽑는 시스템으로, 극심한 경쟁과 걸그룹의 이미지 속에서 힘들어한 가수들에게 ‘치유’를 제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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