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서울의 마지막 남은 공공 택지인 강동구 고덕동 강일지구에서 분양가가 9억 원을 넘어선 아파트가 나왔다. 오는 2월 청약을 받는 ‘고덕강일 제일풍경채’가 그 주인공이다. 분양가가 9억 원을 넘어서면 중도금 대출이 한 푼도 나오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분상제가 적용되는 공공 택지 아파트도 현금 부자의 전유물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목 집중 ‘고덕강일’, 분양가 9억 넘었다=28일 강동구청에 따르면 최근 열린 분양가심의위원회에서 고덕강일 제일풍경채의 분양가가 3.3㎡(평)당 2,429만 8,000원으로 결정됐다. ‘국민평수’로 불리는 전용 84㎡ 분양가는 8억 원대 초반으로 예상되지만 전용 101㎡는 9억 원을 훌쩍 넘어선다. 전용 101㎡(39평형)의 경우 분양가가 9억 5,000만~9억 7,000만 원 수준으로 중도금 대출 길이 막히게 됐다.
당초 시장에서는 해당 단지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 택지에 위치한 만큼 가격이 9억 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같은 택지 지구에서 최근 분양된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 분양가는 이보다 낮은 수준에 책정된 바 있다. 고덕강일 2지구 5블록에 위치한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은 3.3㎡(평)당 가격이 2,230만 원이다. 중대형 평형인 전용 101㎡의 분양가는 8억 9,000만 원 정도였다. 고덕강일 제일풍경채의 분양가도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분양가가 결국 9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지가 오르자 상한제 분양가도 껑충=고덕강일 제일풍경채 분양가가 인근 단지보다 높게 책정된 이유와 관련, 강동구청의 한 관계자는 “땅 자체를 비싸게 매입해 택지비가 더 들었을 뿐 아니라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보다 지하 주차장 등의 면적이 더 넓어 공사비도 그보다 높게 책정됐다”고 설명했다. 제일건설 측은 “아직 분양가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 해당 금액보다 더 낮아질 수도 있다”며 “정확한 분양가는 입주자 모집 공고가 나올 때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일지구의 경우 전용 85㎡ 이하는 100% 가점제, 85㎡ 초과는 50% 가점, 50% 추첨제로 공급된다. 추첨제 물량에는 가점이 낮은 청약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분양가가 9억 원을 넘어서면서 사실상 분양가 전액을 준비해야 하는 셈이다.
최근 수도권 공공 택지에서는 분양가 9억원을 넘는 사례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분상제가 적용되지만 성남 수정구의 ‘위례 자이 더 시티’는 전용 84㎡ 펜트하우스 분양가가 9억 원을 훌쩍 넘기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분양가 상승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공시지가다. 택지비의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가 최근 계속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의 경우 특별 설계 등이 적용되면서 분양가가 오르는 추세다.
공공 택지 아파트마저 분양가 9억 원을 넘어서면서 실수요자 사이에서는 ‘현금부자가 아니면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탄식이 새어나온다. 수 억 원의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로또 분양’의 혜택이 자금력을 갖춘 ‘현금 부자’들에게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양지윤 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