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깜짝 실적’을 올린 SK하이닉스(000660)가 성과급을 두고 설왕설래다. 특히 올해는 저연차 직원이 최고경영진(CEO)을 겨냥해 "성과급 지급 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혀달라"며 전체공개 메일을 보내는 등, 예년과 달리 반발의 강도가 세다.
30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임직원 2만8,000여명은 내달 3일 연봉의 20%에 해당하는 성과급이 지급된다. 이는 기본급을 기준으로 40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28일 오후 늦게 사내 인트라넷에 초과이익분배금(PS) 비율을 공지한 바 있다. 흔히 성과급으로 불리는 PS는 연초에 회사 내부에서 목표한 실적을 초과해 달성할 경우 내부에서 정한 별도의 산식에 따라 결정된다. 이는 해마다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지급되는 생산성 격려금(PI)과는 다른 항목으로, 연봉 6,000만원 수준인 과장급 TL은 1,200만원 전후의 PS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회사의 발표 직후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과 사내 게시판 하이통 등에는 "노동조합은 부끄러워 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올 정도로 격앙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SK하이닉스는 28일 지급 비율 발표 후 비대면 설명회 등을 통해 구성원 달래기를 했지만, 납득하지 못한 직원들이 ‘고위 임원들만 수천%의 PS를 받아가는 거 아니냐’, ‘설명회서 질문할 기회를 막아두고 무엇을 소통하려 하는가’라며 강하게 반발한 상태다. 여기에 입사 4년차임을 밝힌 한 직원이 CEO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에 보낸 이메일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해당 메일은 "성과급 지급의 기준이 되는 지수 산출 방식을 공개 해 달라", "경쟁사와의 매출 격차는 인정하지만, 그 외 다른 경쟁사보다도 낮은 성과급의 이유는 무엇이냐"는 다소 민감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일이 전 임직원에 뿌려진 이후 직장인 익명 앱에는 "메일 작성자에 불이익 주지마라", “더는 참지 않고 파업 등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글이 추가로 올라오기도 했다.
실제로 경쟁사로 꼽히는 삼성전자(005930)는 초과이익성과급(OPI)로 반도체사업부문(DS) 직원에는 연봉의 47%를 지급하기로 했다. 연봉이 비슷하다고 가정할 경우 삼성전자의 성과급 액수는 SK하이닉스의 2배 이상이 된다. 또한 SK하이닉스가 매출 규모가 작은 원익IPS(240810)나 실리콘웍스(108320) 등에 비해서도 같거나 적은 PS를 지급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지난 한 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수요가 폭증한 덕분에 매출 31조9,004억원, 영업이익 5조126억원의 호실적을 올렸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