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 폭행’ 부실수사 의혹을 풀기 위해 자체 진상조사를 진행 중인 경찰이 사건 담당 수사관과 윗선 간 소통 내용을 어느 정도까지 확인할 지 관심이 쏠린다. 블랙박스 영상의 조직적 은폐 여부를 가릴 결정적 증거이기 때문이다.
3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은 사건 담당자였던 서초서 A경사가 상급자 등과 전화통화한 내역을 확인하고, A경사를 포함한 의혹 관련자들의 휴대전화와 사무실 PC를 임의제출 받아 분석하고 있다.
이 차관의 폭행 장면이 담긴 택시 블랙박스 영상을 A경사만 확인했는지, 경찰 윗선도 인지했는지를 밝히려면 지난해 11월 9∼12일 A경사의 행적이 확인돼야 한다. 9일은 A경사가 블랙박스 영상의 존재를 처음 인지한 것으로 파악되는 날이다. 12일은 사건이 내사종결 처리된 시점이다.
피해 택시 기사 B씨는 사건 발생 다음 날인 11월 7일 블랙박스 판매업체를 찾아가 “손님과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 확인하고 싶은데 경찰서에서도 확인이 안 된다”며 영상 복원을 요청했다. 30여 초 분량인 영상은 곧바로 복원됐고 B씨가 휴대전화로 촬영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관계자는 같은 달 9일 ‘서초서의 한 경찰관’의 전화를 받고 “영상을 택시 기사 휴대전화에서 확인하라”고 알렸다.
A경사는 이틀 뒤인 11일 형사과 사무실에서 블랙박스 SD카드를 돌려받으러 온 B씨를 만났다. 당시 A경사가 “블랙박스 복원업체에서 영상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보여 달라고 요구해 B씨는 휴대전화로 촬영한 영상을 재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A경사는 11월 9일, 늦어도 11일에는 영상의 존재를 인지한 셈이다.
그러나 이 차관 관련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 경찰은 “폭행 당시 영상이 확보되지 않아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B씨 진술을 검토한 결과 운전 중 폭행은 아니어서 반의사불벌죄인 형법상 폭행 혐의를 적용했고, B씨가 처벌불원서까지 제출해 내사 종결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영상의 존재가 뒤늦게라도 확인된 사실이 수사에 반영됐더라면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 적용 가능성을 다시 한번 검토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현재까지는 A경사가 ‘허위 보고’를 했다고 보고 대기발령 조치했다. A경사가 뒤늦게나마 영상 존재를 인지했지만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형사팀장이나 과장, 서장 등 윗선이 영상의 존재를 알았다는 정황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확인된 관계자 진술 등을 종합하면 B씨가 서초서를 방문한 날 영상을 함께 확인한 인물은 A경사 외에는 없다.
A경사가 영상의 존재를 11월 12일 이전에 상급자들에게 보고하지 않았는지, 이후에라도 보고했지만, 윗선에서 묵살했는지 등 여러 가능성을 최대한 확인하는 것이 진상조사단의 과제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